2011년 5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부인 미셸(왼쪽 세번째)이 버킹엄궁에서 있은 왕실 환영만찬에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맨 왼쪽)과 부군 필립공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국빈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총리실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실의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당선자를 2017년 국빈으로 초청하는 것은 미국 대선 이후 (영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여러가지 중 하나”라며 “두 나라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앞서 20일 일간 <타임스>가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양국의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자가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선서를 마친 뒤 축하 메시지와 함께 공식 초청장을 보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이 21일 트럼프 당선자의 국빈 초청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국빈 방문 시기는 영국 정부와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의 조율에 따라 내년 6∼7월로 잡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에서 정권 인수위 회의를 하러 들어가면서 사진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베드민스터/ AFP 연합뉴스
영국 정치권에선 미국 대선 이전까지 트럼프 당선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올해 초 영국 의회에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당시엔 공화당 후보)의 노골적인 무슬림 차별 발언에 대한 항의 표시로 그의 영국 방문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토론이 열렸을 정도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되자 태도를 180도 바꿔 현실주의적 접근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에서 국빈 방문(State Visit)은 외국의 정상을 여왕이 초청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춘 외교 의전으로, 공식 방문(Official Visit)보다 격이 훨씬 높다. 1년에 두 차례로 횟수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과 ‘특수관계’인 미국에서도 영국을 국빈 방문한 대통령은 불과 13년 전인 2003년 1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중 2차례 국빈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했다.
초청받은 국빈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영국 왕실의 고위 욍족들이 참가하는 공식 환영행사와 만찬에 초대된다. 만찬장까지는 여왕의 마차를 함께 타고 가며, 방문 기간 중에는 왕실 궁전인 버킹엄궁 또는 윈저 성에 머물게 된다.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2004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국을 처음 국빈 방문했다. 앞서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으로 김대중 정부 때 국빈 방문을 추진했으나, 순번이 왔을 땐 이미 노무현 정부로 바뀐 뒤였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임기 첫 해인 2013년에 유럽 순방을 추진해 그해 11월 엉국 국빈 방문을 성사시켰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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