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각) 아버지 이언 캐머런(2010년 사망)이 설립한 역외펀드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총리 취임 직전 이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세계 저명인사들의 조세 회피 의혹이 담긴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이 터진 뒤 캐머런 총리 쪽이 “역외신탁, 역외펀드는 갖고 있지 않다. 역외펀드로 이익을 얻지도 않는다”고 말했던 터라, 도덕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일각에서는 총리직 사퇴를 촉구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아이티브이>(ITV) 인터뷰에서 “나와 서맨사(부인)가 공동계좌로 ‘블레어모어’ 주식 5000주를 갖고 있었고, 2010년 1월 3만파운드에 매각했다”고 실토했다. 이후 총리실은 캐머런 총리 부부가 이 주식을 1997년 4월 1만2497파운드에 샀고, 3만1500파운드(5100만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2010년 5월 총리 취임 4개월 전에 주식을 팔아 1만9000파운드의 이득을 본 셈이다. 블레어모어 홀딩스는 그의 아버지가 조세 회피처인 바하마에 설립한 투자펀드다.
캐머런 총리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블레어모어는 조세 회피를 위해 설립된 회사가 아니다”라며 “배당에 따른 (개인)소득세는 냈고, (시세차익에 부과되는) 자본소득세는 과세 기준에 못 미쳐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역외펀드들이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수천개나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의 아버지 이언이 1980년대 초 설립한 블레어모어가 30년 동안 영국에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으며, 영국에서의 과세를 피하려고 이사진 과반을 스위스와 바하마 출신으로 채웠다고 보도했다. 또 이언 등은 스위스나 바하마로 날아가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존 만 의원은 “캐머런은 진실을 은폐하고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며 총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도 “캐머런이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조세 회피와 연관된 역외펀드의 지분 보유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별도로 아르헨티나 검찰은 바하마에 설립된 회사의 이사 직함을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도록 법원에 수사 승인을 요청했다. 앞서 아이슬란드의 시그뮌뒤르 귄뢰이그손 총리가 역외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파나마 페이퍼스를 통해 들통나면서 사임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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