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과 덴마크가 국경 통제를 시작한 4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외곽의 카스트루프 역에서 보안요원들이 스웨덴으로 가려는 열차 여행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 코펜하겐/AP 연합뉴스
스웨덴·덴마크도 통제에 가세
난민 막겠다지만…유럽시민 불편
독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 위협”
난민 막겠다지만…유럽시민 불편
독 “역내 ‘이동의 자유 보장’ 위협”
새해 첫 월요일인 4일 저녁,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해상 교량 진입로에 8000여대의 차량이 밀리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스웨덴 정부가 이날 발효한 국경 통제로 신원 확인 절차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얼굴 사진이 붙은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불법 입국자로 간주돼 따로 조사를 받고 5만크로나(약 7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스웨덴의 이런 조처는 난민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불편을 감수한 쪽은 두 나라를 오가는 유럽 시민들이었다.
지난해부터 시리아, 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이 급증하면서, 유럽연합 내 자유로운 국경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난민 수용에 관대했던 스웨덴이 갑자기 진입 장벽을 높이자, 덴마크도 이날부터 덩달아 국경 통제에 들어갔다. 유럽 최대의 난민 수용국인 독일에서 덴마크를 거쳐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로 가려는 난민들이 자국에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한 조처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역 플랫폼에는 선로들 사이에 울타리가 설치됐고, 스웨덴으로 가는 여행객은 서류 검사와 사진 촬영을 거친 뒤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스웨덴은 지난해에만 16만3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독일의 100만명에는 턱없이 못미치지만, 인구 대비 난민 수용률은 유럽 최고였다. 불과 넉 달 전만해도 스웨덴 사회민주당 소속 스테판 뢰벤 총리는 “유럽은 전쟁을 피해 오는 사람들에게 벽을 쌓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갈수록 커지는 난민 압박에 태도를 바꿨다. 오히려 덴마크의 국경 통제가 난민의 스웨덴 유입을 막을 수 있다며 환영했다.
독일의 심경은 착잡하다. 마르틴 셰퍼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4일 “이동의 자유는 중요한 원칙이자 유럽연합이 이룬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라며 “유럽 역내에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이 위험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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