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테러범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
청바지를 즐겨 입고 커다란 모자를 쓰고다녀 ‘카우 걸’이라고 불렸던 여성은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됐을까.
프랑스 경찰이 18일 파리 외곽 생드니의 아파트에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를 사살했을 때 사촌 동생으로 알려진 아스나 아이트불라센(26)은 자살폭탄 조끼가 터져 숨졌다. 아이트불라센을 잘 아는 가족과 주민들은 그가 테러리스트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고 19일 외신들이 전했다.
모로코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파리 외곽에서 태어난 아이트불라센은 부모가 이혼해 주로 어머니와 살며, 아버지도 정기적으로 만났다. 아버지가 살던 독일-프랑스 국경지대인 메츠의 폴 베를렌 대학에 다녔다. 같은 동네에 살았던 한 이웃은 “그는 외향적이고 매우 쾌활했다”며 “커다란 모자를 쓰는 것을 좋아해서 별명이 ‘카우 걸’이었다”고 전했다. 2013년 5월엔 건설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파리의 이웃 주민은 “그는 ‘선머슴’ 같았다. 니캅(눈을 제외하고 전신을 가리는 옷)을 입기 전까지는 청바지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고, 검은 모자를 쓰고다녔다”고 했다. 그는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술도 마셨다.
아이트불라센의 남동생은 “누나는 만사에 불만이었다. 누구의 충고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며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고, 코란을 읽는 것도 본 적이 없다. 항상 휴대전화로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트불라센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것은 최근의 일로 보인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이슬람국가(IS)를 공공연하게 지지했다. 아바우드가 파리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본 프랑스 정보기관은 즉시 감시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이미 마약거래와 관련해 감청 대상에 올라 있었고, 금융거래 내역도 추적당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6월11일 페이스북에 양손으로 브이(V)자를 그린 사진과 함께 “나는 곧 시리아로 갈 것이다. 별일이 없으면 곧 터키로 떠날 것이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18일 새벽 생드니의 아파트를 급습한 경찰이 그에게 “친구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친구가 아니다”라고 답하고, 뒤이어 벌어진 총격전 와중에 자살폭탄 조끼가 터져 숨졌다. 스스로 터뜨린 것인지 저격수의 총에 맞아 터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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