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국방위원장 겸 해군 사령관
흑해함대 사용 가능성도 내비쳐
공군기 터키 영공 침범…나토 경고
국방부 “날씨탓”…미국쪽 “말도 안돼”
흑해함대 사용 가능성도 내비쳐
공군기 터키 영공 침범…나토 경고
국방부 “날씨탓”…미국쪽 “말도 안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자원 용병’ 형식을 빈 지상군을 파병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해군력 사용 가능성도 언급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의 강도를 갈수록 높여가는 모양새다.
러시아 연방의회 국방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 해군 사령관은 5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자원병들이 시리아 (정부)군의 전투병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을 떠나 자원병들을 끌어모으는 건 돈일 것”이라며 “그런 자원병들을 제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테르팍스>는 또 출처를 밝히지 않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용병 자원자들은 하루에 50달러 정도를 벌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코모예도프의 발언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 의도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로, 러시아가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복속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하는 등 무력분쟁에서 ‘그림자 군대’를 활용한 전례를 상기시킨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전에 지상군을 지원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 “예비군들이 개별적으로 자원해 참전한 것”이라며 파병설을 부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일 코모예도프는 러시아의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다면, 체첸 병력을 시리아에 보내 ‘특수작전’을 수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5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코모예도프는 또 “필요하다면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시리아 해안 일부를 봉쇄하거나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 세력에 함포사격을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슬람국가 병력이 시리아 내륙 깊숙이 있어 해군 화력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엔 러시아 공군기들이 시리아 접경국인 터키의 영공을 침범해, 터키의 F-16 전투기들이 긴급발진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터키는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터키 정부는 즉각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했다. 나토는 긴급회의를 열고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영공 침범은 인정할 수 없는 침해 행위”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시리아의 라타키아 공군기지로 접근하던 중 궂은 날씨 탓에 터키 영공에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뉴욕 타임스>에 “조종사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을 것”이라며 “우발적 사고라는 건 당치도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할 경우, 터키와 심각한 마찰도 우려된다. 터키는 시리아와 국경선을 따라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향후 시리아 난민을 돌려보낸다는 구상인데, 러시아의 지상군 파병으로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에는 2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몰려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