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마지막 봉건국인 영국령 사크가 자본주의 근대국가로 탈바꿈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억만장자 기업가 형제의 공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연안에서 32km 정도 떨어진 채널제도에 있는 사크에서는 600명도 채 안되는 주민들이 세뇌르(Seigneur)라고 불리는 봉건영주의 통치 하에 살아왔다.
1565년 이래 매년 상징적인 액수인 3달러를 영국 여왕에게 바치며 이 지역을 다스려 온 세뇌르는 채널제도의 40개 섬들이 팔릴 때마다 막대한 양도세를 징수하고 있다.
사크는 페리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으며 차도 없어 매년 여름이면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 산책과 자전거 타기, 승마를 즐기는 조용한 곳이다.
그러나 투자회사와 런던 리츠호텔,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를 소유한 바클레이 그룹의 쌍둥이 소유주 데이비드와 프레드릭 바클레이(70)가 1993년 사크의 영토인 브레쿠섬을 230만 파운드에 사들이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브레쿠에 대규모 성을 짓고 자체 우표를 발행하는 한편 세뇌르의 기에 자신들 가문의 문장을 넣는 등 관광지 개발을 본격화해 온 바클레이 형제는 상속법과 세법, 브레쿠에 대한 영유권 등 사크의 오랜 전통과 법률들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바클레이 형제는 브레쿠 섬을 4명의 자녀에게 똑같이 물려주려 한다는 명목으로 사크의 장자상속법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했다.
당시 사크 주민의 60%가 인권재판소에 이 사건 기각을 요청하는 청원서에 서명하기도 했으나 사크의 의회격인 치프플리(Chief Pleas)는 자진해서 상속법을 개정했다.
2002년에는 바클레이 형제가 사크의 세금제도를 공격, 재산세가 너무 높다고 주장하자 사크 관리들은 또다른 법률분쟁을 우려해 바클레이 형제의 세율을 낮췄다. 이후 치프플리는 헌법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 지난 2월 5년에 걸쳐 완성한 새 헌법안을 영국 여왕에게 제출했다. 새 헌법안은 지주들의 의회 의석을 줄이고 선출직 의원수를 늘리며 세뇌르의 선거권 포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치프플리는 헌법개정안 제출 직후 바클레이 형제를 대리하는 법률회사로부터 선출직 의원수를 더 늘리라고 권고하는 e-메일을 받았다. 이 서한에는 바클레이 형제가 브레쿠 매입시 세뇌르인 마이클 보몬트에게 낸 17만9천 파운드의 양도세가 너무 높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지난달 여왕 보좌관들은 바클레이 형제 편을 들어 헌법안의 개혁 내용이 미흡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봉건제 지지자들은 공직자가 장관 1명과 관광국장,경찰서장 등 3명에 불과하고 포장된 도로조차 없는 소국에서는 현재의 봉건제도로도 섬을 원활하게 통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5일 치프플리는 헌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2002년에는 바클레이 형제가 사크의 세금제도를 공격, 재산세가 너무 높다고 주장하자 사크 관리들은 또다른 법률분쟁을 우려해 바클레이 형제의 세율을 낮췄다. 이후 치프플리는 헌법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 지난 2월 5년에 걸쳐 완성한 새 헌법안을 영국 여왕에게 제출했다. 새 헌법안은 지주들의 의회 의석을 줄이고 선출직 의원수를 늘리며 세뇌르의 선거권 포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치프플리는 헌법개정안 제출 직후 바클레이 형제를 대리하는 법률회사로부터 선출직 의원수를 더 늘리라고 권고하는 e-메일을 받았다. 이 서한에는 바클레이 형제가 브레쿠 매입시 세뇌르인 마이클 보몬트에게 낸 17만9천 파운드의 양도세가 너무 높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지난달 여왕 보좌관들은 바클레이 형제 편을 들어 헌법안의 개혁 내용이 미흡하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봉건제 지지자들은 공직자가 장관 1명과 관광국장,경찰서장 등 3명에 불과하고 포장된 도로조차 없는 소국에서는 현재의 봉건제도로도 섬을 원활하게 통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난 5일 치프플리는 헌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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