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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법원 “전자파 과민증에 장애수당 지급”

등록 2015-08-27 20:12

업무 환경에 따른 건강 장애 인정
전자기파의 유해성은 뜨거운 논란거리다. 실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은 많은데, 과학적 연관성은 뚜렷이 입증되지 않아서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전자파 과민증의 피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프랑스 툴루즈 지방법원이 전자파 과민증이 있는 여성이 낸 장애수당 지급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전직 라디오 프로듀서인 마린 리샤르(39)는 라디오 장비와 휴대폰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에서 비롯한 고통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장애수당 지급을 신청하는 소송을 냈다. 전자기파에 노출되면 두통, 따끔거림, 무력감, 구토감, 가슴떨림 등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는 전형적인 전자파 과민증 피해를 호소했다. 현재 그는 프랑스 남서부의 한 산골 마을에서 일체의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법원은 마린이 향후 3년간 매월 800유로의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마린의 업무 환경이 건강에 장애를 일으켜 사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그러나 전자파증후군을 의학적 질병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린은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반겼다. 마린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같은 증상으로 고통받는 수천명에게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독일에선 전자파 과민증을 직업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소송은 최근 미국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판결은 반대였다. 지난 3월 뉴멕시코주 항소법원은 한 남성이 전기설비 인입선을 공유하는 이웃집의 무선인터넷과 아이폰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로 고통받아 왔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한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파 과민증이 실제로 전자파 노출과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과학계 일부에선 전자파 과민증이 일종의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일 수 있다고 본다. 노시보 효과란 환자에게 실제로는 해가 없지만 ‘해로울 것’이란 믿음 때문에 실제로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현상으로, 플래시보 효과(위약 효과)의 반대 개념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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