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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리스 전 재무 “탱크 대신 뱅크로…제2의 베르사유조약”

등록 2015-07-14 20:38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
“협상안 합의는 굴욕의 정치” 비난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안은 ‘새로운 베르사유 조약’이다.”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합의한 직후인 13일 오후,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이것은 굴욕의 정치”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5일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반대’가 나온 다음날, 순조로운 협상 길을 터주겠다며 전격 사임한 지 꼭 일주일만이다.

경제학자인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13일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경제학, 또는 그리스의 회생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신 베르사유 조약’이며, 치프라스 총리는 합의를 하든 안하든 자신이 욕 먹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쿠데타의 무기로 ‘탱크’가 쓰였지만 이번엔 (그리스) 정부를 접수하는 무기로 외세의 ‘뱅크’(은행)가 동원됐다”고 힐난했다.

베르사유 조약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듬해인 1919년 6월 패전국 독일과 연합국이 맺은 협정이다. 독일은 이 조약으로 해외 식민지와 유럽 내 영토의 10% 이상을 잃고, 50억달러라는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부과받았다. 이런 가혹한 조건은 독일에서 나치의 부상을 불러, 2차대전으로까지 치달았다. 바루파키스는 이번 그리스 구제금융 합의안을 1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겪었던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베르사유 조약에 빗댄 것이다.

바루파키스는 또 “그리스 정부는 유로존 퇴출에 대비해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를 다시 발행할) 비상계획팀을 비밀리에 구성했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그리스가 최악의 사태까지 몰렸던 긴박한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바루파키스는 이날 영국 시사주간 <뉴스테이츠맨>과의 인터뷰에서도 채권단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유로그룹(유로화 통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은 철저히 독일에 조종됐으며, (그 결과) 그리스는 제물이 됐고 그리스 국민투표는 휴짓조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을 놓고 유로존 협상팀에서 이견과 균열이 있었던 정황도 재확인됐다. 바루파키스는 “개인적으로는 (그리스에) 동정적인 사람들도 있었다”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그 중 한명이었다고 밝혔다.

강경론을 주도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미묘하게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바루파키스는 “쇼이블레가 냉혹한 집행자였다면, 내가 알기로 메르켈 총리는 매우 달랐다”며 “메르켈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우린 해결책을 찾을테니 염려 말라, 막다른 골목은 없을 것이다’라며 안심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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