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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리스-독일 정상, 가시돋친 설전

등록 2015-03-24 20:19수정 2015-03-24 20:19

치프라스 정부 출범뒤 첫 회담
협력 의지만 확인…협상 실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3일 독일에서 만났다. 지난 1월말 총선에서 ‘긴축 반대’를 내걸고 출범한 치프라스 정부와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이자 ‘엄격한 긴축’을 강조해온 독일의 첫 정상회담이었다.

이날 회담으로 최근 날카로운 감정 싸움을 벌여온 두 나라가 이성적인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날 두 정상은 5시간에 걸친 회의에서도 원론적인 협력 의지만 확인했을 뿐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두 정상이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포괄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지만, 자세한 대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회담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가 독일 나치에 입은 피해 보상을 또다시 요구했다. 그는 “독일의 보상은 물질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라며 요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굳은 얼굴로 “나치 보상 문제는 정치적·법적으로 종결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영국 <가디언>은 두 정상이 전후 보상 문제로 충돌하는 순간에는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 긴급자금 지원이라는 정상회담의 본질적 의제에 대한 관심이라곤 없어 보였다고 어색한 분위기를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유로존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강요해온 긴축정책이 ‘고정관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지난 5년간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끔찍한 고정관념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유로존 19개국의 하나일 뿐 결정권이 없다”며 “우리는 신뢰에 기반한 협력 구축에 관심이 있다”고 에둘렀다. 그는 “우리는 그리스의 경제가 성장하고 강해지길 바라지만, 그리스도 필수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의 이번 정상회담이 구제금융 협상의 파탄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느 쪽도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로존 탈퇴라는 극단적 상황을 원치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오는 31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43억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시간도, 돈도 여유가 없다. 앞서 지난달 그리스는 탈세와 돈세탁 금지, 재정 투명성 제고 등을 뼈대로 한 개혁안을 유로존 그룹에 전달한 바 있다. 독일 <도이체 벨레>는 “두 정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도 의견 차이를 감추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양국이 긴밀한 정치적 유대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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