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991년 조지아(그루지야)에서 독립을 선포한 남오세티아를 합병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오니드 티빌로프 남오세티아 대통령이 18일 ‘동맹과 통합’ 조약에 서명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두 나라의 안보·경제 부문 협력과 통합을 대폭 강화하는 게 뼈대다. 이날은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에서 독립을 선포한 압하지야와도 비슷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흑해 연안에서 러시아의 세력 팽창이 노골화하면서 지역 안보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두 나라는 협약문에서 “동맹과 통합 조약은 상호협력의 특정 영역에 대한 더 깊은 합의를 위한 기본 문서로, 러시아는 이번 협약의 이행을 위해 2016년도 예산에서 10억루블을 편성키로 한다”고 명시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협약의 유효기간은 25년이며, 만료 뒤 10년간 연장할 수 있다는 부속조항도 있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이번 협약은 특히 국방·안보 분야의 공동협력, 국경 개방, 양국 내무장관 간의 협력체제 구축, 남오세티야 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취득 완화 등을 포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이 사실상 러시아가 남오세티야를 합병하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남오세티아는 1991년 옛소련 붕괴와 함께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러시아를 뺀 대다수 나라들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한 분쟁지역이다. 2008년엔 조지아 정부군의 선공으로 내전이 벌어지자 러시아가 군사 개입을 하기도 했다.
친서방 국가인 조지아는 “이번 조약이 우리의 주권과 영토통합에 대한 ‘파괴적 움직임’으로 긴장을 더 키울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이번 협약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나토는 “이번 협약은 조지아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에 대한 침해로 국제법과 정면 배치된다”며 “러시아가 지역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려는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을 방해하는 또다른 움직임”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의 젠 사키 대변인도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는 조지아의 영토이며, 우리는 조지아의 독립과 주권, 영토 통합을 계속 지지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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