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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때 핵무기 준비 지시했었다”

등록 2015-03-16 19:56

러시아 TV 다큐멘터리에서 밝혀
“친러 정권 전복뒤 크림 합병 결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때 핵무기를 ‘전투준비 상태’로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로시야1> 텔레비전 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 ‘모국으로 가는 길’에서, 지난해 2월23일 우크라이나 의회가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정권이 뒤집히자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을 결정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푸틴은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을 즉각 분명하게 알 수 없었다”며 “그래서 작전 초기에 나는 군대에 (만일의 상황에) 상응하는 직접적인 지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지침이 핵무기 사용 준비를 포함하느냐’는 다큐멘터리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길(핵무기 사용)을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도록 강요받았다”며 “사태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쪽으로 전개되는 것에 대비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토이며 그 곳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위험에 빠졌는 데 내버려 둘 순 없었다”며 “우크라이나를 쿠데타 상태로 만든 건 러시아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과 극단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합병을 위해 치밀한 사전 조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푸틴은 “크림반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에 잔류하기를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공개 여론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 75%가 러시아에 합병되기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여론조사의 구체적 방법과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8일 방영된 이번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에서 푸틴은 크림반도 합병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말) 축출되자 특수기구의 수장들과 국방장관을 불러 우크라이나 동부의 크림반도 합병과 야누코비치 구출을 지시했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야누코비치는 (당시 반정부 세력에) 살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의로부터 나흘 뒤, 정체불명의 군인들이 크림반도 지방의회를 장악했고,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을 묻는 주민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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