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예정 군사협약 재연장 않기로
발스트룀 장관, 인권 비판발언에
아랍연맹 연설 취소하자 전격 결정
사우디, 스웨덴 주재대사 자국 소환
발스트룀 장관, 인권 비판발언에
아랍연맹 연설 취소하자 전격 결정
사우디, 스웨덴 주재대사 자국 소환
인권의 가치냐, 경제적 실익이냐.
스웨덴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거액의 무기 수출을 포함한 군사협력 협약을 전격 중단했다. 스웨덴 정부는 10일 논란거리가 된 사우디와의 안보협약을 더는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온라인 뉴스매체 <로컬>이 전했다. 5년 협약의 갱신을 요구해온 스웨덴 기업인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우디도 군사협력 협약 중단에 항의하는 뜻으로 스웨덴 주재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이번 발표는 하루 전인 9일 아랍연맹이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의 사우디 인권 비판을 구실로 그의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 개막식 연설을 취소해버린 직후에 나왔다. 아랍연맹은 스웨덴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결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발스트룀 장관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번 회의 개막식 연설자로 초청했었다.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기자들에게 “사우디와의 군사협력 협약은 일정 기간만 합의된 것이며, 최근 일어난 일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일어난 일’들은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스웨덴과 사우디의 외교갈등을 가리킨다.
발스트룀 장관은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사우디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우디의 블로거인 라이프 바다위가 이슬람을 모독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채찍질 1000대와 징역 10년을 선고한 판결에 대해서도 “사우디는 독재국가”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연맹 회원국들은 스웨덴이 이슬람 국가들의 인권 문제를 비판한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9일 카이로에서 열린 회의에선 스웨덴 외무장관의 연설을 취소한 데서 나아가, 이슬람권의 인권정책을 옹호하고 스웨덴을 비난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스웨덴은 2005년 사우디와 첫 군사협력 협약을 맺은 뒤 2010년 협약 갱신에 이어 올해 9월 재연장을 앞둔 참이었다. 무기수출, 군사훈련, 국방기술 이전 등을 포함한 사우디와의 군사협약의 규모는 2011~2014년 48억크로나(약 6310억원)에 이른다. 앞서 지난 6일 스웨덴의 31개 기업 대표들은 현지 신문에 “군사협약 취소는 스웨덴의 군수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협약 연장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냈으나 사회당 연정의 인권외교를 막지는 못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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