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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연명치료 중단 법안…안락사 논란

등록 2015-03-10 20:09

의회, ‘숙면법안’ 논의 들어가
회생 불가능 판정받은 환자들
임종때까지 전신마취 허용
“진정상태일 뿐 안락사와 달라”
종교계, 안락사 인정 징검돌 우려
프랑스 의회가 10일 회생이 불가능한 환자들의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하는 ‘숙면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속주의 국가이지만 가톨릭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선 이 법안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고 <프랑스 24> 방송이 전했다. 숙면법이 프랑스에서도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하는 게 아니냐가 쟁점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죽음이 확실시되는 환자들은 의료진에게 일체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임종 때까지 전신마취 상태로 지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의학적으로 ‘숙면’은 빠른 안구운동이 없는 비렘(non-REM) 수면 상태를 말한다. 숙면법안에서 규정하는 ‘숙면상태’는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므로, 환자가 자신의 죽음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

숙면법안을 입안한 장 레오노티 의원은 “지금은 회생 불가능 환자들이 고통을 감내하며 죽음을 기다려야만 하지만, 법이 도입되면 의사는 환자가 임종할 때까지 깊고 지속적인 진정상태에 들어가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오노티 의원은 중도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 소속으로, 그 자신이 의사이기도 하다.

현재 프랑스에선 의료적인 자살 지원이 불법이다. 숙면법안 옹호자들은 약물을 이용해 환자를 깊은 진정상태로 만드는 것은 환자가 자신의 사망 시점을 결정하는 것과는 다르므로 안락사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나아가, 안락사 허용을 주장하는 쪽에선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기엔 숙면법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프랑스의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등 종교계에선 이 법안이 사실상 자살을 돕는 안락사를 인정하는 징검돌이 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정 상태’가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는 데 쓰이지 않고 죽음을 유발한다면 안락사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종교계 지도자들은 9일치 일간 <르몽드>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리는 이 법안이 모든 인간의 생명은 가장 취약한 순간에 특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어떤 식으로도 침해하지 못하도록 공동으로 호소와 압박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에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는 나라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세 나라 뿐이다. 미국에선 오리건, 워싱턴, 버몬트 등 3개 주에서만 안락사가 합법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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