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8일 아테네 국회의사당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그리스는 더이상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테네/AFP 연합뉴스
첫 국정연설…“구제금융 실패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공약이행 재확인
그린스펀 “유로존 탈퇴 시간 문제”
최저임금 인상 등 공약이행 재확인
그린스펀 “유로존 탈퇴 시간 문제”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8일 취임 뒤 첫 의회 국정연설에서 “구제금융은 실패했다”며 “우리는 구제금융의 연장이 아니라, 오는 6월까지는 (채권단과) 진지한 협상을 위해 필요한 재정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브리지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 <그리크 리포터> 등이 전했다. ‘브리지론’이란 만기가 닥친 원리금 상환을 위한 일시적 자금 융통을 말한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는 채무 이자를 갚길 원한다”며 “채권단도 그걸 원한다면 실행가능한 방법을 찾도록 대화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총선 공약을 이행하는 건 정부의 확고한 결정”이라며 “최우선 목표는 구제금융이 남긴 깊은 상처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말로 상환시한이 다가오는 1차 구제금융 자금의 이자 상환에 얽매이지 않고 추가 구제금융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최저임금 인상, 연금 삭감분 회복, 공공 노동자 재고용 등 당초 선거공약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차례 박수로 치프라스 총리의 연설을 지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밝힌 주요 정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식량·전기·의약품 지원, 정부조직 축소, 의회 경비 대폭 감축, 탈세·뇌물 근절과 조세형평, 금융기관 감독 강화, 공공계약 정밀 감사, 노동자 권리 보호,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루 아울렀다. 하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편,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8일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가는 건 시간 문제”라며 매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 요구가 재정적으로 다른 결과를 내오긴 힘들 것”이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있는 게 서로에게나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방송 <라이>(RAI)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간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르게 되고 유로존은 결국 붕괴할 것”이라며 유로존 잔류 의지를 거듭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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