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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습격당한 유럽의 심장…‘조직적 테러’ 우려가 현실로?

등록 2015-01-08 20:08수정 2015-01-11 23:48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8일 장피에르 주예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엘리제궁 직원들이 시사 주간지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8일 장피에르 주예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엘리제궁 직원들이 시사 주간지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리 언론사 테러
개인형 테러에서 변화 조짐

용의자 3명, 이슬람 이민자 2세
그중 1명 이라크 반군과 연계
2008년 모병·파견 돕다가 복역
무슬림 ‘파리19구네트워크’ 소속
사건 현장서 ‘예멘 알카에다’ 자칭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언론사를 겨냥한 대담한 테러 공격은 서방 국가들의 해묵은 우려가 현실화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거나 중동에서 지하드(이슬람 성전) 경험을 가진 이들이 조직적으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서방국가들은 바로 이 점을 가장 우려해왔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이나 캐나다·프랑스 등지에서 발생한 다른 공격들은 개인이 홀로 저지른 ‘외로운 늑대’형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층 진화한’ 테러여서 그만큼 서구의 충격은 크다.

7일(현지시각)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침입해 총격을 한 용의자들은 사이드 쿠아시(34), 셰리프 쿠아시(32), 하미드 무라드(18) 등 프랑스 국적자 3명이라고 8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프랑스 경찰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가운데 무라드는 8일 새벽 경찰에 자수했으며, 경찰은 쿠아시 형제를 쫓고 있다. 이날 오전 프랑스 북부 빌레르코트레 인근의 한 주유소에서 이들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총을 쏘며 음식과 기름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쿠아시 형제의 부모는 알제리 출신이며, 이들은 파리에서 태어났다. 쿠아시 형제의 의붓동생 또는 셰리프의 처남으로 알려진 무라드는 파리 북동부 랭스 출신이다.

이들 가운데 셰리프 쿠아시는 2008년 이라크 내 반군에 무장대원을 보내는 일을 돕다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는 구속 당시 법정에서 이라크 수감자들이 미군이 운영하는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모욕적인 고문을 당하는 영상을 보고 분노해 이 일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는 그가 ‘파리 제19구 네트워크’에 소속된 것으로 나온다. 조직의 이름은 20개구로 나뉜 파리 행정구역 중 19번째 구에서 이름을 따왔다. 파리 제19구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에서 온 무슬림 이민자가 많다. 이 조직은 2000년대 중반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와 연계해 알카에다에 가입하려는 프랑스 국적자들을 모아 몰래 이라크 등지로 보내는 구실을 했다.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는 바로 ‘이슬람국가’(IS)의 모체다.

이들이 사건 현장에서 “‘예멘의 알카에다’라고 언론에 전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있다. 이들이 말한 예멘의 알카에다는 예멘에 본부를 두고 활동해온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로 보인다. 이 조직은 각국의 알카에다 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룹이다. 이 조직은 2013년 이번에 사망한 스테판 샤르보니에 <샤를리 에브도> 편집장 등을 포함한 공격 대상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가 프랑스에서 직접 활동한 적은 없었지만, 이번 용의자들이 이 단체와 관계돼 있다면 이 그룹의 역사에서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프랑스를 겨냥한 첫 공격은 1990년대 중반 알제리 당국과 이슬람주의 세력 간의 내전 와중에 벌어졌다. 알제리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가 1994년 12월 알제리의 공항에서 프랑스 여객기를 납치했다. 이들은 이 여객기를 파리 에펠탑에 충돌시키려 했으나 이들이 마르세유에 도착했을 때 경찰 특공대가 여객기를 습격해 납치범 4명을 사살했다. 1995년에는 알제리 출신 극단주의자들이 파리의 생미셸 지하철역에 폭탄을 터뜨려 8명이 사망하고 119명이 다쳤다. 이후에는 주로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가 이어졌다. 2012년 무함마드 메라가 남부도시 툴루즈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대표적으로, 당시 유대인 4명 등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8%(500만여명)로 유럽 내에서 가장 많다.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식민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늘면서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사회지도층이 된 이들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주변부의 삶을 맴돌아 이민자 2·3세들의 소외감과 좌절감이 크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일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를 비롯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합류한 외국인 가운데도 프랑스 출신이 가장 많다. 프랑스는 약 1000명의 프랑스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를 갖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지하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왔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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