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고그라드 시장·기차역서 발생
31명 사망·70명 부상…공포 확산
당국 “폭약 같아 동일집단 가능성”
체첸·다게스탄 이슬람 반군 추정
31명 사망·70명 부상…공포 확산
당국 “폭약 같아 동일집단 가능성”
체첸·다게스탄 이슬람 반군 추정
러시아의 소치 겨울올림픽을 한달여 앞두고 볼고그라드에서 이틀 연달아 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체첸 분쟁 등 러시아 남서부의 고질적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러를 벌인 이들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체첸 반군 지도자가 몇달 전 ‘소치 겨울올림픽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화력을 최대한 동원하라’고 촉구한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등은 30일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트롤리 버스(무궤도 전기버스)가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30명가량이 다쳤다고 조사 당국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격은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25분께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 인근에서 일어났다. 폭발과 뒤이은 화재로 버스 지붕이 찢겨 나갔으며 버스 중간 부분은 형체도 남지 않을 정도로 부서졌다. 러시아 조사 당국은 “자살 폭탄 공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조각난 주검을 모아서 유전자 감식을 의뢰한 상태”라고 잠정 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에 앞서 29일 낮 12시45분께 볼고그라드 기차역에서 역시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공격이 발생해 17명이 숨지고 40명가량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5명은 중태다.
러시아 당국은 두 차례 공격이 같은 집단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당국은 “두 공격에 쓰인 폭탄은 같은 것”이라며 “티엔티 폭약과 금속조각을 뭉친 폭발물”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아이들도 피해자가 됐다. 기차역 공격에선 11살과 12살 소년들이 숨졌으며, 버스 공격에선 1살배기 아기도 사망했다. 공격 직후 일반 시민들이 신체 일부가 절단된 부상자와 주검이 널린 참혹한 현장 모습을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앞다퉈 올리면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힌 정치적 단체는 아직 나서지 않은 상태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하지만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이 내년 2월7일로 임박한 상황에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체첸이나 다게스탄 이슬람 반군 등이 이번 공격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체첸 이슬람 반군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는 지난 7월 온라인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겨울올림픽을 직접 겨냥해 “모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과 다른 백성들은 흑해 연안의 우리 영토에서 죽어서 묻힌 수많은 무슬림과 우리 조상의 뼈를 딛고 사탄 숭배자의 올림픽 게임이 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면서 ‘성전’을 촉구했다. 다게스탄 이슬람 반군도 지난 10월 볼고그라드 버스 안에서 여성 테러범이 자폭 테러를 감행해 7명이 숨지고 40명가량이 다쳤다.
체첸공화국은 러시아 남서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북부 캅카스 산맥 지역에 자리한 러시아연방 소속 자치령으로, 110만여명의 주민 중 90%가 이슬람교도다. 체첸인들은 19세기에 제정러시아와도 무장투쟁을 벌였고, 1990년대 중후반에도 완전한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러시아연방과 전면전을 벌였다. 다게스탄에도 체첸과 연계된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이 활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스피해 유전에서 원유를 실어 나르는 송유관이 체첸 등을 지난다는 점과 이들의 분리독립을 인정하면 다른 소수민족들도 우후죽순으로 독립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해 독립 요구를 거세게 억압해 왔다.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는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로,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와 폭탄 공격이 일어난 볼고그라드로부터 600~700㎞가량 떨어져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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