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러범 오인 숨진 브라질 매네제스 가족
테러 용의자 오인 사살을 둘러싼 영국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진상 은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런던 지하철 객차 안에서 경찰의 무차별 총격을 받고 숨진 브라질인 전기공 진 찰스 데 메네제스(27)의 가족들은 20일 영국 정부가 제안한 100만달러의 배상금을 거부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가족들은 “배상금으로 우리를 침묵시킬 수 없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진실이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영국 경찰이 진상을 은폐하고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언 블레어 런던 경찰청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사망 경위와 관련해 경찰 발표와는 다른 사실들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조만간 독자 수사팀을 파견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은 지난 16일 영국 <아이티브이>가 총격 전후 시간대의 폐쇄회로 화면과 목격자 증언 등을 보도하면서 블거졌다. 폐쇄회로 화면을 보면, 총격 직전 메네제스는 가벼운 청색 재킷을 입고 차분히 걸어 객차안으로 들어갔다. 애초 경찰은 메네제스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지하철 검표대를 뛰어넘어 달아났으며, 폭발물 은닉이 의심되는 두꺼운 점퍼 차림이었다고 발표했다. 방송은 또 무장경관들이 머리 등 상반신을 향해 모두 11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검시 결과 8발을 총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방송 보도에 대해 영국 경찰은 “조사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찰스 클라크 영국 내무부장관은 이날 “이 사건에 대한 이언 블레어 청장과 런던 경찰의 조사에 만족한다”며, 블레어 청장에 신임을 표시했다. 궁지에 몰린 블레어 청장은 “나한테 책임을 뒤집어 쒸우려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회승 기자, 외신종합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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