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형 밀리밴드 “굿바이 정치”

등록 2013-03-28 08:08

데이비드 밀리밴드(47)
데이비드 밀리밴드(47)
영 노동당 이끈 밀리밴드 형제
‘제3의 길’, ‘진보적 이상’ 맞서다
정계은퇴로 ‘형제 경쟁’ 마침표
그날부터 형은 뒤로 물러났다. 동생은 “형을 위한 자리가 (‘그림자 내각’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형은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

2010년 9월, 4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동생이 형을 1.3%포인트 차이로 꺾은 영국 노동당 경선 이후 형제 사이는 예전 같지 않았다. 동생 에드 밀리밴드(43)가 당수로 있는 당에서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47)는 침묵을 유지했다.

몇주 전, 영국 언론은 형 데이비드가 조만간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7일 그 예측을 뒤집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은 “데이비드가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힌 편지에서 데이비드는 “노동당의 집권을 열정적으로 바라는 나는 당수 경선 이후, 의회의 앞좌석에 앉는 것보다 최전선에 있을 때 당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에드가 당을 이끄는 데도 도움을 주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적었다.

데이비드가 생각하는 ‘최전선’은 “위기에 처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매일 전세계에서 일하는 ‘국제구호협회’(IRC) 의장직을 맡는 것”이다. 이 단체는 나치 박해를 피해 망명한 이들을 도우려고 1930년대에 만들어졌다.

형의 정계은퇴 선언으로 2015년 총선에서 노동당 집권을 달성할 책임은 동생의 몫이 됐다. 지난 10여년 동안 영국 정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밀리밴드 가문의 정치’도 한 매듭을 지었다.

형제의 아버지 랠프 밀리밴드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유대인이었다. 형 데이비드가 국제구호협회 의장직을 맡은 데에는 ‘가족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동시에 아버지 랠프는 현대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대표하는 이론가였다. 형제는 영국 런던 북부의 노동자 밀집 거주지역에서 파시즘과 자본주의를 혐오하며 노동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아버지와 토론하며 성장했다. 동생 에드가 노동당의 우경화를 비판한 데에도 ‘가족의 역사’가 녹아 있다.

차례로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해 똑같이 정치학·철학·경제학을 전공한 형제는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총리를 역임한 노동당 집권 기간에 각각 외무부 장관과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지냈다.

노동당의 부활을 이끌 40대 기수로 나란히 주목받았으나 형제의 궤적은 엇갈렸다. 형은 ‘제3의 길’의 적자로 평가받으며 중도노선을 대표했다. 동생 에드는 ‘진보적 이상을 되찾자’며 당의 혁신을 이끌었다.

데이비드의 정계 은퇴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매우 놀랍다. 노동당한텐 거대한 손실이다.” 어느 시민이 <가디언>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 다른 시민이 반박했다. “아니다. 노동당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딱 300만원에 가능한 럭셔리 해외여행지 어디?
‘국정원 정치개입’ 폭로한 의원·기자 이메일 해킹 당했다
“정대세 잡으러 서울에 왔다”
[김선주 칼럼] 감자를 고를 때와 사람을 쓸 때
공주대 교수 2명, 수년간 여학생 수십 명 성추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에 전기 공급 중단 검토”…트럼프 관세 위협 대응 1.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국에 전기 공급 중단 검토”…트럼프 관세 위협 대응

일본 찾는 한국인 700만명 시대, ‘스이카 카드’ 있으면 ‘슝슝슝~’ 2.

일본 찾는 한국인 700만명 시대, ‘스이카 카드’ 있으면 ‘슝슝슝~’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3.

“미국, 시리아 내 러시아 해군 기지 가져와야”

백악관 앞 “윤석열 탄핵”…해외동포들 세계 곳곳서 촉구 4.

백악관 앞 “윤석열 탄핵”…해외동포들 세계 곳곳서 촉구

트럼프, 우크라의 미국 장거리 무기 사용 “미친 짓” 비판 5.

트럼프, 우크라의 미국 장거리 무기 사용 “미친 짓” 비판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