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경고 없이 저수지문 열어
시민들 ‘정부 무책임 탓’ 화살
“집권세력 향한 불신 확대” 지적
시민들 ‘정부 무책임 탓’ 화살
“집권세력 향한 불신 확대” 지적
17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홍수 사태가 집권 3기를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일 밤 러시아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주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나면서 8일 현재 사망자가 최소 171명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피해가 집중된 크림스크에서만 159구의 주검이 발견됐다.
현지에선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에 대한 주민들의 충격과 분노가 푸틴 정부로 향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러시아 인터넷에선 크림스크시 당국이 사전 경고도 없이 저수지의 수문을 열면서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는 소문이 나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빚어진 인재라는 주장이다.
러시아 정부는 9일을 ‘전국민 추모의 날’로 선포하고 나라 안팎의 모든 관공서가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전날에는 푸틴 대통령이 “책임있는 관리들이 대량 인명피해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질책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발빠른 대응이다.
크라스노다르주의 알렉산드르 트카초프 주지사도 “집이 완파된 난민들에겐 3~4개월 안에 새 집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9일부터 이재민 1인당 1만 루블(약 35만원)의 보상금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번 홍수와 대량 인명피해 사태는 지난 5월 푸틴 정부 출범 직후부터 번지고 있는 반푸틴 정서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학자 올가 크리시타노프스카야는 “이번 재난은 러시아 국민이 관리들을 더이상 믿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푸틴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지난해 12월 두마(하원) 선거 이후 집권세력에 대한 불신이 급속히 커져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카네기재단의 릴리야 셉초바는 “러시아에는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메카니즘이 없고 보통 사람들의 생명이 무시된다”며 “이런 문제가 당국의 정통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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