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수사경찰들, 사무실까지
‘로레알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카다피 자금’ 등 의혹 줄줄이 연루
사르코지는 가족과 캐나다 여행중
‘로레알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카다피 자금’ 등 의혹 줄줄이 연루
사르코지는 가족과 캐나다 여행중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퇴임 한달 보름여만에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부패 등의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정조준됐다.
프랑스 경찰이 3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5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가 사회당에 패배하고 6월15일 대통령 면책특권 시효가 끝난지 채 20일이 지나지 않아서다. 한 수사 소식통은 이날 압수수색에는 장 미셸 장티 치안판사가 지휘하는 10여명의 금융범죄 수사관들이 출동했다고 귀띔했다.
프랑스 치안법원은 지난 2007년 5월 대선 당시 사르코지의 재정담당 책임자 에리크 뵈르트 전 노동부장관이 세계 1위의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81)로부터 최소 15만유로(약 2억1500만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현찰로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보수우파 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의 대선 후보였던 사르코지는 당시 대선을 앞두고 베탕쿠르의 집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 최소 두 차례 참석해 돈봉투를 챙기는 등 모두 80만유로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 한도는 4600유로다.
프랑스 경찰은 사르코지가 대통령 재임중이던 2010년 7월 베탕쿠르 가문의 상속분쟁을 조사하던 중 사르코지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장티 치안판사는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2007년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40만 유로 규모의 ‘의심스러운 예금’이 인출돼 중간거래자를 거쳐 베탕쿠르의 재산관리인인 파트리스 드메르스트르에게 건너간 사실을 자금 추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드메르스트르는 이미 지난 3월 불법 금융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사르코지 쪽은 일체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르코지의 변호사인 티에리 에르조그는 사르코지가 2007년 당선되기 직전 내무부 장관 재임 2년 동안에 쓴 일기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엄중한 경호를 받고 있는 공인 신분으로 베탕쿠르의 집에서 열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베탕쿠르의 재산관리인 등이 이미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어,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르코지는 다른 부패 스캔들에도 줄줄이 연루돼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리비아의 전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5000만유로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지난해 리비아 내전 당시 폭로된 바 있다. 또 앞서 1995년 대선 때 우파정당의 에두아르 발라뒤르 후보가 프랑스의 무기수출 사례금을 챙긴 이른바 ‘카라치 커넥션’에도 사르코지는 발라뒤르의 대변인으로 연루돼 있다. 사르코지는 현재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 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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