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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학살과 고문…제국의 야만 드러났다

등록 2012-04-18 20:40

영 식민지 폭압정치 기록된 비밀문서 50년만에 공개
일부 은폐·폐기…오바마 대통령 아버지 ‘관리기록’도
20세기 전반 이래 숨겨왔던 영국의 폭압적인 식민통치 행태의 일부가 문건으로 드러났다.

대영제국이 몰락하기 전 식민점령지에서 저지른 범죄행위들이 상세하게 기록된 수천건의 문서들을 영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폐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본국으로 가져온 상당수 문건들은 외교부 비밀문서고에 50여년 동안이나 감춰왔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비밀문건들의 존재는 영국의 식민통치 시절 케냐의 무장 독립투쟁인 ‘마우마우 봉기’(1952~1960년)의 피해자들이 지난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처음 알려졌다. 항소법원이 최근 이들 문건의 공개를 명령함에 따라 17일 일부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국 정부는 뒤늦게 37개의 전 식민지에서 작성된 8800여건의 파일들을 조만간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문서 공개 감독관으로 임명된 역사학자 토니 배저 교수는 “이들 문건의 발견은 당혹스럽고 수치스런 일로, (문서공개법에 따라) 1980,년대에 공개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빙산의 일각이지만, 식민통치의 야만성을 드러냈다. 1950년대 말레이 반도에서는 ‘영국 식민총독부의 적 제거’ 작전에 대한 월간 보고들이 작성됐다. 같은 시기 1만5000여명이 숨진 케냐의 독립운동인 마우마우 봉기 때엔 가혹한 진압에 나선 현지 영국군이 포로를 산 채로 불에 태웠으며, 본국 정부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43년 보츠와나의 한 호수에서의 독가스 실험 계획, 1966년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섬을 미국 군사기지로 제공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퇴거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케냐 마우마우 봉기 진압 당시 영국군의 학살 및 고문, 1960년대까지 예멘의 옛수도 아덴에서 비밀 고문센터 운영, 1948년 말레이 반도 고무농장의 비무장 일꾼 24명 학살 사건 등은 관련 문서가 폐기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문과의 악연도 눈길을 끈다. 영국의 케냐 식민총독부가 1959년 작성한 ‘(미국에 유학 중인) 케냐 대학생 명단’의 맨 윗머리에는 ‘오바마, 버락, H’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친아버지다. 영국은 케냐의 젊은 엘리트들이 미국에서 “잘못된 자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감시했다. 그들이 반제·반백인 사상에 물들 것을 염려한 것이다. 앞서 1949년에는 오바마의 할아버지인 오냥고가 독립운동 가담 혐의로 영국 식민당국에 체포돼 6개월간 옥살이를 했으며, 매질 등 가혹행위로 불구자가 된 사실도 확인됐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이 파일들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일부로, 현재와 미래 세대들이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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