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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스라엘 비판 금기’ 건드린
귄터 그라스 ‘시’ 논쟁 휩싸여

등록 2012-04-05 21:09수정 2012-04-06 08:39

노벨문학상 수상 진보 지성
독일 일간지에 장문 시 발표

핵무장국 이스라엘 횡포와
서구의 위선 통렬하게 비판

‘반유대주의자’ 낙인 두려워
침묵했던 자신의 비겁 고백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를 갖고 있는 독일에서 ‘이스라엘 비판’은 금기의 대상이다. 이를 깬 노작가의 시 한편이 지금 독일에서 논쟁에 휩싸였다.

<양철북> 등으로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 태생 작가이자 진보적 지성인 귄터 그라스(84)는 5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이스라엘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시를 발표했다. 그는 ‘말해야만 하는 것’(Was gesagt werden muss)이란 시에서 “핵무장국인 이스라엘이 이란을 절멸시키려 들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모두 9연 68행에 이르는 장문의 시는 자신이 왜 그동안 침묵했는지 자문한 뒤,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스라엘의 횡포와 서구의 위선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나는 왜 오랜 시간 침묵하고 있나/ 무엇이 명백한지, 그리고 전쟁 도상연습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결국 우리는 생존자로서 기껏해야 각주(책의 맨 아래 붙는 주석)일 뿐이네”라는 자성으로 시작한 뒤 그는 시를 쓰는 이유를 이렇게 읊는다.

“나는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 마지막 잉크로 말하는가/ 핵무장 이스라엘이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네/ 이제는 말해야 하네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들을/ 그건 바로 우리-잘못을 등에 지고 있는 독일인-가 끔찍한 범죄행위의 제공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네/ 우리는 예견가능한, 그리고 결코 잘못을 가릴 수 없는 범죄 행위의 제공자가 될 수도 있다네”

이 대목은 최근 독일이 이스라엘에 돌고래급 핵추진 잠수함 6척을 판매하기로 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2006년 회고록에서 10대 때 나치 친위대 복무 경력을 털어놓기도 했던 그라스는 시에서, 그동안 이스라엘을 비판하지 못했던 이유가 ‘반유대주의’라는 낙인이 두려워서였음을 고백한다.

“이런 사실에 모두가 침묵하는 것은/ 나도 침묵도 포로가 된 그것은/ 빤히 보이는 응보를 부인하고픈 강박관념 때문이었네/ 반유대주의라는 보편화한 판결을”

그는 시에서 이렇게 다짐한다. “이제 나는 말하노니: 더 이상 침묵하지 않으리라/ 서구의 위선에 질렸기에/ 많은 이들이 눈에 보이는 위험을 야기한 장본인이라는 침묵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기에”

그라스의 시는 신문 게재 전날에 독일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격렬한 찬반양론을 불렀다. 독일 작가회의의 요하노 슈트라서 회장은 4일 그라스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독일 정치권 일부와 유대인 단체들은 그라스가 지정학적 사실을 뒤집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어 “그라스가 수치스럽게도 이스라엘을,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이스라엘의 파괴를 주창하는 이란과 비교했다”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란”이라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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