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 “선장이 승객보다 먼저 탈출”
좌초된 선박 조류타고 이동…구조 난항
좌초된 선박 조류타고 이동…구조 난항
지난 13일 이탈리아 질리오섬 연안에서 좌초한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사고 경위를 놓고 선장의 과실과 비윤리적 행위, 승무원들의 안이한 대처가 총체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로 6명이 숨졌고, 어린이를 포함해 14명이 실종 상태다.
크루즈 운영사인 코스타 크로시에레는 15일 “끔찍한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선장이 판단 착오가 심각한 결과를 부른 것 같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선사 쪽은 또 선장이 사고 이후 회사의 사고수습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과 희생자 발생이 불가항력의 재해나 선체 결함이 아니라 선장의 과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더욱이, 사고 직후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 선장이 승객들이 채 대피를 마치기도 전에 배를 버리고 섬에 올랐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선사 쪽은 더욱 곤경에 처했다. 승객보다 먼저 배를 포기한 사실이 최종 확인될 경우, 선장은 도덕적 책임은 물론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이탈리아 검찰은 14일 선장과 일등항해사를 과실치사 및 선박유기 혐의로 체포해 자세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잠수팀도 15일 사고선박에서 항해일지가 기록된 블랙박스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와 소방대는 실종자 수색 작업에 온힘을 쏟고 있으나, 바닷속 시계가 좋지 않고 온갖 짐들과 부유물들이 떠다녀 구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스케티노 선장은 배가 해도에 표시되지 않은 암초에 걸렸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해도에 표시된 암초에서 300m가량 떨어져 항해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는 바위가 없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승무원)는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했으며, 맨 마지막으로 배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다수의 목격자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 프랑스 승객은 <에이피> 통신에 “탑승객 전원이 탈출하기도 전에 선장이 담요을 덮고 구명보트에 탄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고 말했다. 질리오섬 해안경비대장 프란체스코 파올릴로의 진술은 더 기가 막히다. 승객들이 한참 탈출하고 있는데 선장은 이미 뭍에 닿았으며, 경비대원들이 선장에게 “배로 돌아가 모든 승객들이 안전하게 배에서 탈출할 때까지 명예를 지키라”고 촉구했으나 선장은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사고 선박의 선사인 코스타 크로시에레는 1924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미국-영국 합작의 해운업체로, 현재 대형 크루즈선만 15척을 운행하고 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복수의 해상보험업체에 모두 4억500만유로의 보험이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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