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위자료 지급 판결
유럽인권재판소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를 거듭 기소한 터키 정부에 대해 ‘사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유럽인권협약 제9조)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유럽 47개국의 승인으로 1959년 창설된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상 권리를 침해받은 개인이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해당국가는 판결에 따르도록 돼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22일 터키인 야누스 에르체프(42)가 2004년 터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터키 정부가 에르체프에게 위자료 1만유로(1559만원)와 소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소는 또 민간인 신분인 에르체프를 군 장교들로만 구성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유럽인권협약 제6조)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에르체프는 1998년 3월, 첫 입영 영장을 받은 뒤 15차례나 병역을 거부해 징역 7개월15일형을 받아 2005년 10월3일 수감돼 5개월의 형기를 살고 가석방됐다. 터키 정부는 계속 군 복무를 거부하는 에르체프에게 계속 영장을 발부하는 등 기소를 거듭하고 있어, 그는 지금껏 25차례 이상 재판을 받아왔다. 특히 그는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06년 10월 터키 국회가 군사 법원의 민간인 심리를 금지한 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줄곧 트라즈본 군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민간 대체 복무가 존재하지 않는 터키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기 위해서는 입영을 거부하는 길 밖에 없어 사실상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박해가 벌어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군 장교들로만 구성된 군 법원이 (에르체프에게) 편파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판시했다.
인권재판소는 앞서 지난 7월, 아르메니아 정부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 바한 바야티안에게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해 투옥시킨 것이 유럽인권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16대 1의 압도적 다수로 판결한 바 있다. 아르메니아는 2000년 이후 군 안에서 비전투 복무를 하도록 하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했지만, 군인 신분이길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61명이 아직도 수감중인 상태로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1950년 이후 병역을 거부해 투옥된 여호와의 증인 수는 1만6225명에 달하며, 현재도 776명이 수감 중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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