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이 위기 극복 발목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5일(현지시각) 또다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저지선인 7%를 넘어섰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이날 6.28%까지 치솟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출범 이후 최고치(6.46%)를 기록했던 지난 8월에 이어 처음으로 6%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 시장에선 최우량 국가신용등급(AAA)을 자랑하던 프랑스·오스트리아·핀란드·네덜란드의 국채에 대한 ‘대량 투매’도 이어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로존) 위기 이후 가장 우려스러운 날”(유럽 최대 채권투자 회사 앰앤지(M&G)의 마이크 리델)이란 탄식까지 쏟아져 나왔다. 영국계 펀드회사 헤르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닐 윌리엄스는 “시장이 인내심을 잃으면서 주변국이 아닌 핵심 국가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급상승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사고 뭉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퇴진시킨 뒤, 경제 전문가 마리오 몬티를 새 총리에 지명하며 위기 극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은 미덥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몬티가 내각을 구성하고 수많은 반발이 뒤따를 긴축 조처를 수행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이달 20일로 앞당겼다. 보수야당인 국민당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높은 실업률(21.5%)과 저성장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긴축 조처를 밀어붙이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런 우려들은 유로존 주요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도 끌어올리고 있다. 국채시장에선 ‘사자’는 주문도 거의 끊겼다. 미국의 한 은행 관계자는 “유로존 국채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출구를 찾고 있다”며 “정말 무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은행 크레디 아그리콜은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시장의 더 큰 우려는 유로존의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는 것”이라며 “(문제는) 유로존 국채시장으로 위기가 산불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어벽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존이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분석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유럽연합(EU) 통계국(유로스타트)이 발표한 이날 3분기(7~9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였다. 지난 분기에서 제자리 걸음을 한 수치로, 둔화 추세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아이엔지(ING)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유로존의 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며 “이런 추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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