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단체 활동가들 해킹
벌금 24억·전 간부 등 징역형
벌금 24억·전 간부 등 징역형
프랑스국영 전력회사(EDF·에데페)가 원전반대 캠페인을 벌여온 환경단체를 ‘염탐’해온 사실이 들통 나 엄벌을 받게 됐다.
프랑스 낭테르 법원은 10일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을 감시해온 혐의로 에데페에게 150만유로(24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또 피에르폴 프랑수아를 비롯한 이 회사의 전직 간부 등에게 징역 3년(집행유예 30개월) 등을 선고하고, 그린피스에 손해배상금 50만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06년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가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전에 초대형 유럽형 가압원자로(EPRs)를 설치하려는 에데페의 계획에 반대 캠페인을 벌이자, 에데페는 전직 프랑스 국외 정보기관 출신이 운영하는 사설 보안업체 카르귀스의 직원들을 고용해 당시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장인 야니크 자도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등 감시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 판결에 대해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의 아델라이드 콜랭 공보담당관은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는 신호를 원전 업계에 보낸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린피스는 또 에데페가 원전 건설 확대를 위해 프랑스는 물론 영국에서 ‘더러운 술수’를 쓰고 있다며 “잘못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에데페는 카르귀스에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동향을 파악하라고 요구했을 뿐 해킹을 승인한 적은 없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 소유 전력업체와 전직 정보기관 출신이 관련된 이번 사건을 놓고, 그린피스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레인보 워리어호 폭파 사건’(1985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보도했다. 히로시마 원폭 40돌을 맞아 프랑스 핵 실험 반대를 계획하고 있던 레인보 워리어호가 폭파·침몰된 사건에 프랑스 정보기관(DGSE)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는 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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