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제안…“EU 2차지원안 수용할지 결정하자”
신임투표 요청도…메르켈·사르코지 대책회의 합의
신임투표 요청도…메르켈·사르코지 대책회의 합의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을 갖고 ‘위험한 도박’에 나섰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31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주 합의한 그리스 2차 지원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도 실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이 지난달 27일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 확대와 1000억유로 추가 제공을 뼈대로 하는 2차 지원안을 내놨지만, 전제조건으로 붙은 강력한 긴축정책 시행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반발이 거세 국민투표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저항을 생각한다면 국민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대단히 위험한 ‘승부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또 국민투표도 내년 1월께나 실시될 전망이어서 그리스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를 둘러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은 이탈리아 등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보도했다. 안 그래도 이탈리아는 최근 국채 이자율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제안에 따라 신임투표는 사흘간의 의회 토론을 거쳐 오는 4일 치러질 전망이며, 국민투표는 세부안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께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1974년 군주제 폐지와 공화제 이행을 위한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투표를 한 이후 37년 만이다.
하지만 그리스 야당은 물론 집권당 내 일부 의원들도 정부가 “대국민 협박”을 하고 있다며, 신임투표 등을 거부하겠다는 태세다. 유로존 국가들 가운데서도 파판드레우 총리가 “협상을 깨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가 거세다.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플랜B’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정과 관련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자 2일 프랑스 칸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유럽연합 당국자들, 그리스 정부 대표 등이 참여하는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 등 사실상 국가가 마비된 상태에서 국민투표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지렛대’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선 가혹한 긴축 조처로 고통을 받느니 차라리 디폴트를 맞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지 일간 <토 비마>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유럽연합 정상회의 합의사항에 대해 ‘부정적’이란 응답이 60%(‘조금 부정적’ 15%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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