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진에 “감방 밖 이동” 외치다 간수들과 충돌
정부, 200명 탈옥 뒤 쿠르드 거주지 교도소 경비강화
정부, 200명 탈옥 뒤 쿠르드 거주지 교도소 경비강화
‘탕! 탕! 탕!’
터키 동부 반의 한 교도소. 25일, 이 교도소 건물 위로 시커먼 화염과 연기가 올라오더니 곧이어 6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교도소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규모 7.2의 대규모 지진이 터키 동부를 강타한 지 사흘째인 이날 규모 5.4의 여진에 놀란 죄수들이 감방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요구하다가 간수들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지진으로 교도소 담이 무너지며 수감자 200여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비판이 일자, 교도당국이 교도소 주변 경계를 강화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수감자들은 이날 저녁 6시께 여진이 일자 건물이 무너져 깔려 죽을 것을 우려해 밖으로 내보내줄 것을 요구했지만, 간수들이 이를 거부하자 가위와 칼 등을 들고 간수들을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감자들이 침구류 등에 불을 질러 교도소 건물 위로 시커먼 화염과 연기가 올라왔다. 간수들은 폭동을 잠재우기 위해 총 6발을 쐈고, 총성이 잦아든 뒤엔 폭동 진압을 위해 외부에서 군인들이 추가로 투입됐다. 또 이날 불길과 총성을 듣고 수감자의 가족·친지 등 200여명이 몰려들었고, 경찰이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쏘면서 한때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 교도소 폭동으로 군인 1명이 칼에 베인 것 외에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터키 당국이 지진으로 인한 교도소 탈옥 가능성을 철저히 봉쇄하고 나선 것은 지진 발생 지역인 반이 분리 독립투쟁을 벌여온 쿠르드족의 거주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며칠 전까지만 해도 쿠르드 반군의 동시다발 습격과 이에 따른 터키군의 보복 공격으로 양쪽은 최악의 유혈 충돌을 겪었는데, 지난 23일 지진 당시 탈옥한 죄수 중에 쿠르드 반군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교도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도 당국은 이날 “당시 교도소엔 테러 혐의로 복역 중인 수감자가 없었다”며 지진으로 탈옥한 이들 중 쿠르드 반군이 포함돼 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터키 지진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는 459명, 피해자는 1352명까지 늘었다. 터키 정부는 영하의 추위 속에 떨고 있는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야전병원과 텐트 등을 추가로 세우는 한편, 지난해 국제구호선 공격 사건으로 관계가 얼어붙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전세계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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