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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터키-쿠르드반군 충돌 최악 유혈사태 치닫나

등록 2011-10-20 20:58수정 2011-10-20 21:49

쿠르드반군 습격 터키군경 24명 살해
터키, 반군 근거지 맹폭…지상군 진격
소수민족 분쟁 평화해결 전망에 찬물
지난 19일 새벽 쿠르드 반군의 동시다발 습격으로 터키 군경 24명이 숨지자, 터키군이 즉각 이라크 국경을 넘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양쪽의 분쟁이 최악의 유혈충돌로 치닫고 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초강경 태도로 보복을 다짐하고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은 “이런 공격이 터키를 동요시킨다고 믿는 세력은 엄청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터키 일간 <휘리예트>가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날 오전 카자흐스탄 방문을 취소하고 비상안보회의를 한 뒤 기자회견에서 “터키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바에 따라, 이라크 북부에 대한 ‘긴급추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테러리즘은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새벽 1시께 쿠르드 반군은 터키 남부의 쿠르드족 거주지역인 하카리주의 추쿠르자와 위크세코와에 있는 터키군 초소들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를 감행해 최소 2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지난 1992년 터키군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요구를 무력으로 진압한 데 반발해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전면적 무장투쟁을 선언한 이래 최대 피해다.

터키는 즉각 전폭기와 공격 헬기를 출격시켜 쿠르드 반군의 근거지이자 터키와의 접경지대인 이라크 북부 산악지역을 맹폭했다. 터키 지상군도 이라크 국경 넘어 4㎞ 지점까지 추격전을 벌여 최소 21명의 쿠르드 반군을 사살했다고 터키군 당국이 밝혔다. 터키군 참모총장과 내무장관 및 국방장관이 국경지대에서 직접 공격을 독려했으며, 미국과 나토는 터키의 반격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쿠르드족은 인구 3000만명으로,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한 소수민족 중 세계 최대 규모이며, 이 중 절반이 터키 남부의 쿠르디스탄에 살면서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도 쿠르드족 자치지역이다. 쿠르드 반군은 터키와 이라크의 접경지대 산악지역에서 터키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여왔다.

쿠르드 반군의 이번 공격은 이달 초 쿠르드 평화민주당(BDP)이 터키 의회 보이콧을 끝내고 다시 등원하면서 집권 정의개발당의 에르도안 총리와 비공식 협상을 앞둔 시점에 발생해 쿠르드족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쿠르드 평화민주당의 여성 의원인 아일라 아카트 아타는 이날 의회 발언에서 “쿠르드와 터키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죽음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무력이 아닌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터키의 정치분석가인 개러스 젱킨스는 “쿠르드 민족운동이 분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데페아>(dpa) 통신에 “이전엔 쿠르드노동자당이 쿠르드 민족운동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비폭력 세력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며 “터키 정부가 이들을 한묶음으로 보는 것은 근시안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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