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뱅상 플라세
내년 대선·총선 ‘전초전’서 348석 중 177석 확보
녹색당 플라세, 한국 입양인 출신으로 첫 당선
<프랑스 좌파: 사회당·공산당·녹색당 연합>
녹색당 플라세, 한국 입양인 출신으로 첫 당선
<프랑스 좌파: 사회당·공산당·녹색당 연합>
프랑스 좌파 진영이 1958년 제5공화국 탄생 이후 처음으로 상원을 장악했다.
25일 실시된 프랑스 상원의원 선거에서 사회당·공산당·녹색당의 좌파 연합이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등 중도·우파 정당에 승리했다.
해외령을 포함해 44개 데파르트망(도)에서 총 348명의 상원의원 중 170명을 새로 선출한 이번 선거를 통해 좌파 연합은 절반을 넘는 177석을 확보했다고 <르몽드> 등이 26일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쪽에선 패색이 짙어진 이날 밤 늦게 ‘선거결과 보고를 받았다’는 짧은 성명을 내 ‘패배’를 인정했다.
프랑스 상원에서 좌파 진영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은 1958년 이후 처음이다. 비록 시장·시의원 등 ‘대유권자’(그랑젤렉퇴르) 7만2000여명에 의한 간접선거이긴 하지만, 상원을 처음으로 장악한 사회당은 ‘이 분위기를 대선까지 이어가자’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는 이날 “2012년 (대선에서) 일어날 일의 전조”라며 “사르코지는 역사상 상원을 처음 내준 우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 채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역사적인 상원 선거 승리를 시작으로 내년 대선(4월)과 총선(6월)에서도 사회당이 ‘해트트릭’(3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애초 6~12석 차이의 승리를 기대했던 우파 진영에서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대중운동연합 소속 제라르 라르셰 상원의장은 (상원 선거 결과가) “정치적 격변”이 될 것이라며 “대선에 큰 변화가 생길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파 연합의 승리 외에도 이번 상원 선거에서는 한국 입양인 출신의 프랑스 첫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수도권인 일드프랑스의 에손 지역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장뱅상 플라세(43·한국명 권오복) 의원은 녹색당의 2인자인 사무부총장과 일드프랑스의 지방의원으로 활동해왔다.
플라세는 7살 때 프랑스 노르망디의 중산층 가정에 입양돼 경제학과 금융법을 전공한 뒤, 자전거의 도심 보급에 앞장섰던 급진당 출신 라로셸 시장인 미셸 크레포와 함께 환경운동을 하다가 2001년 녹색당에 합류했다. 주간 <르푸앵>은 자유로운 옷차림을 즐기는 녹색당 당원들과는 달리 언제나 흠잡을 데 없는 정장 차림을 한다며, 그를 “야심차고 유능하며 대단히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상원선거 과정에 대중운동연합 중진으로부터 ‘우리의 한국 출신’이란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당선엔 영향을 받지 않았다. 10월26일부터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그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의 선출직으로서 (제대로)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르푸앵>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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