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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UBS 풋내기 트레이더 때문에…
고졸출신 금융거물 ‘신화’ 마침표?

등록 2011-09-21 20:58수정 2013-01-24 09:39

고아로 자라 금융위기 속 ‘스위스 양대은행 수장’
그뤼벨 회장 ‘23억달러 손실 감시소홀’ 사퇴압박
스위스 최대 은행 유비에스(UBS)가 지난주 트레이더 퀘쿠 아도볼리(31)의 허가받지 않은 거래를 감시하지 못해 23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뒤, 이 은행 최고경영자(CEO)인 오스왈드 그뤼벨(67·사진)에 대한 인책론이 나오고 있다. 한 부하직원이 저지른 사건이 고졸출신으로 스위스 양대 은행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금융계 거물을 ‘불명예 퇴진’의 벼랑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 등은 20~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유비에스 은행 이사회에서 그뤼벨 회장에 대한 신임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이사회 개최는 이전부터 예정됐던 것이지만, ‘아도볼리 사건’을 계기로 투자은행 부문의 축소 등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1일 전했다.

일각에선 그뤼벨 회장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스위스 주간지 <빌란>은 20일 익명의 이사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뤼벨이 이미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이사회가 후임자 인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비에스의 최대 주주인 싱가포르투자공사(GIC)가 지난 19일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실패를 비판하며 “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단호한 수단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이례적인 성명을 낸 것도 퇴임을 압박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그뤼벨 회장은 최근 <스위스 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이 곧 물러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유비에스 관계자는 “즉각 사퇴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연간 보너스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그가 적어도 2013년까지 자리를 지키며, 금융위기 직후부터 착수해온 구조조정 작업을 끝마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이번 사건만 없었다면 그뤼벨 회장은 ‘고졸 출신으로 스위스 양대 은행(크레디스위스·유비에스)을 위기 속에서 구해낸 최고경영자’로 아름답게 은퇴할 수도 있었다.

그뤼벨 회장의 삶은 역경을 이겨내고 승승장구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 그 자체였다. 1943년 동독에서 태어나 한 돌도 지나기 전에 부모를 모두 잃은 그는 조부모 손에 이끌려 서독으로 건너와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 17살 때 할아버지의 충고로 대학을 포기하고 도이체방크의 수습사원으로 입사한 게 그의 삶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그는 1970년 크레디스위스로 옮겨 21년 만에 글로벌 트레이딩 부문 대표가 됐고,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던 2006년엔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 자산들을 미리 정리해, 크레디스위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갈 수 있도록 실력을 발휘했다. 덕분에 ‘성자 오지’(오스왈드의 애칭)란 칭송을 얻었고, 경쟁사인 유비에스의 최고경영자로 영입되기도 했다. 그는 유비에스로 옮긴 지 6개월 만에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상황이 나빴던 이 은행을 흑자로 되돌려놨다. 하지만 이제는 은행에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손상까지 안긴 최고경영자로 남을 처지가 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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