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정부 보고서 발간 “2003년 26살 남성 때려 숨지게 해”
이라크 주둔 영국군들이 무고한 민간인을 구금한 뒤 때려 숨지게 했다는 영국 정부의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영국 정부가 지난 2003년 이라크 민간인 바하 무사(당시 26살)의 사망 사건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공개 조사를 벌여, 군인들의 끔찍한 폭행에 따른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8일 보도했다.
무사는 2003년 9월14일 다른 이라크인 9명과 함께 이라크 남부 도시인 바스라의 한 호텔에서 안내 담당 직원으로 일하던 중, 이곳을 급습한 영국군에 붙잡혔다. 당시 호텔에서 무기와 폭발장치가 발견되자 영국군은 호텔 종업원들을 무장반군으로 의심해 구금했으며, 무사는 심문 과정에서 구타를 당해 사망했다.
보고서는 무사가 영국군 기지에 감금됐으며, 이틀 뒤 갈비뼈가 부러지고 코가 내려앉는 등 온몸에 93곳의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숨졌다고 밝혔다. 영국군이 저지른 최악의 인권유린 행위라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영국 정부는 사건 발생 6년 만인 지난 2009년 7월 공식 조사에 착수해 이날 14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영국군이 체포한 민간인들을 집단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았으며, 몸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강요하는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영국군 사이에 불법 심문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부대원들 사이에 이를 상부에 알릴 도덕적 용기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영국군에 모두 73개에 이르는 권고사항을 전달했다.
앞서, 영국군 당국은 사건에 연루된 병사 7명을 군법회의에 회부했으나, 이 가운데 도널드 페인 하사에게만 징역 1년형이 선고된 바 있다. 무사와 함께 구금당했던 이라크인 9명은 소송을 통해 지난 2008년 7월 283만파운드(한화 약 51억원)를 보상받았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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