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부자 증세’ 전 세계의 화두로

등록 2011-08-30 20:50

선거 앞둔 국가서 쟁점…독일 교사·의사·사업가도 요구
스페인 ‘부유세’ 검토…이탈리아 등선 보수층 반발로 후퇴
‘부자증세’문제가 전세계 곳곳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총선 등 선거를 앞둔 국가들에서 ‘감세’가 아닌 ‘증세’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은, 국가부채 위기와 경제성장 둔화라는 ‘이중고’를 빠져나올 주요한 해법 중 하나가 부자증세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의 전직의사 디터 렘쿨을 비롯해 교사·의사·사업가 등 50명으로 구성된 ‘자본 과세를 요구하는 부자들’이란 단체는 29일(현지시각) “빈곤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는 긴축 정책이 아닌 부유층에 대한 증세만이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이들이 50만유로(7억8000만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에 향후 2년간 연 5%의 세금을 더 부과해, 1000억유로의 세수를 확보하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은 지난 14일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뉴욕타임스> 기고가 불을 댕겼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최대주주인 릴리안 베탕쿠르 등 프랑스 기업인 16명과 벨기에의 국적항공사 브뤼셀항공의 공동 창업주 에티엔 다비뇽에 이어 이탈리아의 자동차 업체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체몰로 회장도 “나에게 세금을 더 걷으라”(Tax me more)고 자청하고 있다.

내년에 총선·대선 등을 앞둔 국가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부자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과 함께 ‘서민층 표심잡기’라는 측면도 있다.

프랑스에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최근 연간소득 50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3%의 추가 세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내년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는 사회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이에 질세라 부자증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당 후보들은 사르코지 정부의 부자증세안은 그동안 부유층에 준 면세혜택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더 과감한 부자증세를 벼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현재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와 마틴 오브리 현 대표 등 후보들은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 스톡옵션과 보너스 등에 대한 세금 인상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3년 전 폐지했던 ‘부유세’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최근 부유세 폐지에 대해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11월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의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알프레도 페레즈 루발카바 역시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영국에선 집권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토지세’와 200만파운드(35억원) 이상 나가는 고급 주택을 보유한 가구에 매기는 이른바 ‘맨션세’ 등 부과를 주장하는 한편, 최고세율 50%(연간 소득 15만파운드 이상의 고소득층 대상) 부과 방안을 곧 폐지하겠다는 보수당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며 각국에선 ‘부자증세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미국에선 버핏의 부자증세 요구에 대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계급투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버핏에게 “사회주의자냐”라는 노골적 비판을 쏟아냈다. 영국의 보수 언론들은 맨션세 부과 등이 되려 중산층에게 부담만 안겨줄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지지기반인 부유층의 이탈을 두려워한 집권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정내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정 균형 달성을 위해 연간 9만유로 이상의 고소득층에 추가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연대세’를 부과하려했던 이탈리아는 핵심 연정 파트너인 북부연맹의 강한 반발로 29일 이 계획을 철회했다. 헝가리 연정 안에서도 2009년 폐지했던 ‘연대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지만, 단일소득세율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1.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2.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3.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4.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카라·장근석, 일본 CF 출연료 얼마받나? 5.

카라·장근석, 일본 CF 출연료 얼마받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