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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경찰-청년 해묵은 갈등’ 시한폭탄 터졌나
영국 토트넘 폭동, 인근 지역으로 확산

등록 2011-08-08 20:14수정 2013-01-24 09:13

브릭스턴 등 외곽지역서 상점약탈·기물파손 잇따라
경찰 비인도적 태도에 불만…시민사망 은폐 의혹도
영국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이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29살 청년 마크 더건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는 애초의 경찰 쪽 발표와 달리, 더건이 경찰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와 ‘은폐 의혹’ 도 일고 있다.

더건이 경찰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뒤 6일 유가족들의 평화적인 항의시위에서 뜻하지 않게 비화한 폭동은 7일에는 인근 엔필드와 브릭스턴·달스턴·월섬스토 등으로까지 번졌다.

엔필드에서는 이날 10대 청소년 100여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경찰차를 부수고 보석상점에 난입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고 <가디언> 등이 8일 보도했다. 경찰 당국이 시내 곳곳에 경찰견과 대대적인 경찰력을 배치했지만, 밤이 되자 브릭스턴에서도 젊은이들이 보다폰 매장과 풋로커, 에이치앤엠(H&M) 등 상점을 약탈했고, 런던 중심가인 옥스퍼드 서커스에서도 50여명이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들은 토트넘 사태가 엔필드 등 시 외곽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원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흑인 여성이 심장마비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돼 일어났던 1985년 ‘브로드워터 팜 폭동’과 연관시키며 인종갈등으로 보는 해석과 함께, 토트넘의 경제적 낙후성을 배경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영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사회복지비 삭감과 고질적인 청년실업 등 경제·사회적 불만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주민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토트넘의 고질적인 청년실업이 줄어들지 않으면 “이러한 일은 또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비인도적 처신에 따른 젊은이들과의 해묵은 갈등이 터져나오는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토트넘에 살며 사우스뱅크대학에 다니고 있는 제이크 마누(28)는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경찰은 우리와 절대로 대화하지 않고 무시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더건의 사망과 폭동 초기 상황에 대처하는 경찰의 태도는 반감과 의혹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건의 유가족들이 지난 6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경찰서 밖에서 4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경찰 관계자 누구도 이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더건의 약혼녀 세몬 윌슨(29)은 “우리는 그저 해명을 원했을 뿐”이라며 “경찰이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죽었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더건 사망과 관련해 토트넘 지역의 지도자들이 4~5일께 경찰에게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경찰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건이 지난 4일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의 첫 발표와는 달리, 탄도 조사에서 더건과 교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경찰관의 무전기에서 경찰 지급품으로 보이는 총알이 박혀 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더건이 경찰관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하지 않았다는 사건 목격자들의 증언과 함께 더건의 것으로 추정되는 총이 양말에 싸인 채로 발견됐다는 지역단체 관계자들의 진술도 나오고 있어 의구심은 높아져가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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