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75㎞떨어진 영국에서 두번째 큰 도시인 버밍엄에서 9일 밤 시내 중심 유흥가에 대한 새로운 테러 경고로 인해 주민 2만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호텔 밖으로 대피한 투숙객들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밤바람을 피하고 있다. 버밍엄/로이터 연합 런던 지하철 3건 50초 안팎 동시폭발
사제폭탄 아닌 고성능…전문가 소행
사망 100명 밑돌듯…주말 추모 물결 ‘7·7 런던테러’ 사흘이 지났지만, 세계 각국은 추가 테러 가능성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이슬람 사회에 대한 보복 기운이 감도는 등 ‘테러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다. 이슬람 사회에 대한 보복공격 조짐=영국 경찰은 9일 밤(현지시각) 영국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버밍엄의 중심 유흥가에 대한 테러 첩보를 입수하고 한때 인근 주민 2만명을 긴급 소개시켰다. 경찰은 시내의 한 버스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을 찾아 ‘예방 폭발’을 실시했지만 실제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0일 오전 소개령을 해제했다. 런던 다음으로 유력한 테러 표적으로 지목된 이탈리아는 8~9일 이틀 동안 경제 중심지 밀라노에서 대대적인 보안작전을 벌였다. 이탈리아 경찰은 142명의 범법자를 검거해 이 가운데 ‘비유럽계’ 수십명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다. 10일 밤에는 터키의 에게해 연안 휴양지인 체슈메의 중심가 쓰레기통에서 폭발물이 터져 외국인 관광객 등 20여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런던테러와의 관련성은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겨냥한 방화와 공격이 잇따랐다. 9일 오전 영국 북부 버컨헤드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사원 현관이 파손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선 이날 밤 이슬람 사원 4곳이 공격을 받았다. 이들 사원에선 유리창이 깨지거나 ‘편히 잠드소서 런던’ 등의 낙서가 적혀 있었다.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즉각 “런던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무슬림을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뉴질랜드 무슬림 공동체는 다른 뉴질랜드 공동체처럼 법을 준수하고 평화적”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영국 안팎의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런던 테러와 같은) 이런 종류의 테러를 혐오하는 준법자들”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160만명의 이슬람 교도들이 살고 있는 런던에서 무슬림이 운영하는 가게에는 손님이 끊겼고, 무슬림 단체와 주민들은 협박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보도했다. 희생자 주검수습·신원확인 애로=영국 경찰은 9일 “지하철에서 발생한 3건의 폭발은 50초 안팎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시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테러에 사용된 폭탄도 ‘사제폭탄’이 아니라 외국산 ‘고성능 폭발물질’로 추정해, 전문 테러범들이 타이머를 장착한 폭발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테러 용의자와 관련해 영국 언론들은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무스타파 세트마리암 나사르 △2003년 카사블랑카 폭탄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모로코 출신 이슬람 성직자 모하메드 알게르부지 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전 고위 경찰간부인 로드 스티븐스는 “영국에서 태어났거나 영국에 근거를 둔 3천여명이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며 ‘영국 출신 자생조직’의 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대 희생자가 난 킹스크로스역 지하 폭발 현장은 열기와 먼지, 붕괴 위험 등으로 사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습된 주검들도 훼손 상태가 심해 공식적인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있다. 이언 블레어 런던경찰청장은 “희생자들의 주검을 수습하는 데만도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가 최소 50명이고, 테러 현장의 실종자는 30여명, 부상자 가운데 15명 가량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블레어 청장은 “희생자는 더 늘어나겠지만 100명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이후 첫 주일인 10일에는 추모 예배와 미사가 잇따랐고, 테러 현장에는 실종자 가족과 추모객들의 안타까운 발길이 이어졌다. 영국 정부는 테러 일주일 뒤인 14일 정오를 기해 2분 동안 묵념을 하기로 했다. 김회승 강김아리 기자, 외신종합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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