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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슬람 혐오증’…유럽 극우 ‘시한폭탄’

등록 2011-07-24 20:58

노르웨이 테러사건 안팎
경제위기·인종주의·기독교 근본주의 뒤엉켜 득세
백인 기독교인 검거 뒤에도 이슬람 조직 ‘배후’ 의심
“노르웨이 테러 같은 사건이 놀랍지 않다. 더 급진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미국의 중립적 민간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의 외르크 포브리히 연구원은 23일 <뉴욕 타임스>에 “(이번 사건은) 문자 그대로 수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이면엔 광범위한 문제들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전역에 어른거리면서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극우주의 정서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럽의 극우주의는 유럽의 경제위기와 정체성 혼란, 인종주의, 반이민정서, 기독교 근본주의 같은 문제들이 뒤엉키면서 득세하고 있다. 극우 정당들은 사회적 소수그룹에 대한 일부의 배척과 증오심에 기대어 의석 수를 늘린다. 역으로, 그런 대중적 정서는 우파 포퓰리즘 정치꾼들에 힘입어 인터넷 대화방이나 맥줏집 ‘뒷담화’에서 뛰쳐나와 거리의 폭력과 정치권의 차별정책으로 구체화한다.

특히 유럽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혐오감과 무슬림 배척을 뜻하는 ‘이슬라모포비아’는 심각하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3일 “노르웨이 테러에 대한 책임과 비난 대상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무슬림 공동체 너머를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서방에선, 자신을 “보수적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밝힌 노르웨이 토착 백인이 혐의자로 체포된 이후에도 이슬람 지하드 조직을 사건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서방의 ‘이슬라모포비아’는 뿌리가 깊지만, 2001년 9·11 테러와 최근의 경제 위기 이후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4월 프랑스에 이어 23일부터 벨기에가 공공장소에서의 부르카 착용을 불법화했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스위스가 이슬람 사원에서 미나레트(기도 시간을 알리는 첨탑) 건축을 금지했다. 그 즈음 스웨덴에선 이민자들에 무차별 총격을 퍼부어 10여명의 사상자를 낳은 사건도 있었다. 최근 몇년 사이 유럽국가들은 이민규제를 강화해왔는데, 특히 올해 들어 ‘자국문화에 동화되지 않거나 못하는’ 이민자 등을 두고 독일·영국·프랑스는 “다문화주의의 실패”라고 선언했다. 유럽의 우파 정당과 극우세력들을 한묶음으로 볼 순 없지만, 이런 이민규제 강화 등의 흐름이 극우세력 성장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유럽 우파정당들이 내놓고 폭력을 옹호하진 않지만 정치 담론에서의 ‘증오의 분위기’가 폭력적 개인들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사회 전체에 팽배한 퇴행적 정서가 이번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와 같은, ‘외로운 늑대’들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을 낳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의 무슬림 사회는 당장 신변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노르웨이이슬람평의회는 23일 공식성명을 내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테러범에 대한 비난을 표시했다. 노르웨이이슬람문화센터의 무하마드 타이브는 <알자지라>에 “우리도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노르웨이 무슬림 대다수가 이민자이긴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외부자가 아니라 노르웨이 국민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슬람 단체인 ‘아메리칸 무슬림’도 23일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비극적 테러는 슬프게도 우리(무슬림)가 정치적, 종교적으로 왜곡된 이데올로기로 급진화된 ‘진실한 신자들’의 공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또한번 상기시킨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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