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언론사 불법도청 파장
먹구름 낀 ‘미디어왕국’
먹구름 낀 ‘미디어왕국’
“죄송합니다. 잘못된 걸 바로잡겠습니다.”
루퍼트 머독은 영국 주요 일간지에 16, 17일(현지시각) 이틀 연속 사과광고를 게재했다. 하지만 납치·살해 피해자인 밀리 다울러의 음성메시지 도청 파문이 불거진 지 2주 만에 머독의 언론 제국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위용은 과거와 같지 않다.
불법도청 사건으로 머독의 영국 내 언론사업은 이미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영국 일요신문 중 발행부수 1위였던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폐간됐고, 위성방송 <스카이>(BSkyB)의 지분 61%를 추가로 인수하겠다는 계획도 물건너갔다. <뉴스 오브 더 월드>를 이름만 바꿔 <더 선>의 일요판으로 전환할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따가운 여론 때문에 쉽지 않을 거란 말이 나온다. 머독 소유의 또다른 신문 <선데이타임스>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를 불법도청했다는 얘기까지 불거지면서, 머독이 영국 내 신문사 전체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17일 전했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머독 소유 언론사의 독과점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언론소유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입지를 좁힌다. 특히 영국·미국 정부가 진행 중인 불법도청·뇌물 수뢰 수사와 소액 투자자들의 소송에서 경영진들이 처벌받거나 패소할 경우, 뉴스코프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영국 통신 규제기관인 오브콤은 뉴스코프가 방송 면허 적격성(fit and proper)이 없다고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머독은 지분 39%를 보유한 <스카이>에 대한 통제권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스카이>의 비경영이사들은 오는 28일 열리는 이 회사의 이사회에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제임스 머독이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할 태세다. 뉴스코프의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는 외부 주주들이 머독 일가보다는 체이스 카레이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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