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뇌물제공 혐의…26차례 접촉 캐머런 총리 ‘불똥’
노동당 “언론소유법 개정”…머독 언론독과점 해체 촉각
노동당 “언론소유법 개정”…머독 언론독과점 해체 촉각
루퍼트 머독 소유 언론사의 불법도청과 관련해 머독의 최측근인 리베카 브룩스(43)가 경찰에 체포됐다. 브룩스의 체포를 전후해 머독의 영국 내 ‘언론제국’에 대한 해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도 그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영국 경찰은 17일 머독의 영국 신문사업체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였던 리베카 브룩스를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해 체포했다고 브룩스의 대변인이 밝혔다. 데이비드 윌슨 대변인은 “리베카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경찰에 출석하겠다고 사전 약속을 했다”며 “리베카는 경찰에 출석하자마자 체포됐다”고 전했다.
브룩스는 현재 경찰의 심문에 협조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현재 불법도청과 정보 입수 대가로 경찰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 브룩스는 뉴스인터내셔널의 언론사들이 불법도청을 했던 2000~2003년 사이에 관련 언론사들의 편집국장을 지낸 뒤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로 오르는 등 머독의 영국 신문사업에서 최측근이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10번째 인물이자, 뉴스인터내셔널 최고위 인사이다.
브룩스의 체포는 영국 내 머독의 언론제국 해체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가 터져 나온 직후 전격적으로 집행됐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이날 영국 정치인들은 머독이 신문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에 더해 위성텔레비전 사업에서 거대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머독 소유 언론사의 독과점 체제 해체를 요구했다. 노동당은 특정 언론사가 영국 사회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소유법 개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총재인 닉 클레그 부총리도 영국 언론에서 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며 머독의 언론사업 규제를 찬성했다.
브룩스의 체포는 캐머런 총리에게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리실은 16일 캐머런 총리가 지난해 5월 취임한 이래 루퍼트 머독을 비롯해 뉴스인터내셔널의 고위 간부들과 런던과 체커스 등의 총리관저에서 26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총리와 뉴스인터내셔널의 만남은 한달에 2번꼴인 셈인데, 이 수치는 다른 언론사들과의 만남을 전부 합친 것의 2배에 이른다. 특히 리베카 브룩스와 잦은 만남을 가졌다.
총리실의 자료를 보면, 캐머런 총리는 브룩스와 지난해 6월과 8월, 12월 크리스마스 때 연이어 만났다. 크리스마스 회동은 영국의 위성방송 <스카이>(BSkyB)의 인수 문제를 담당하던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이 머독을 비난했다가 설화에 휘말려 해당 업무를 문화부 장관에게 넘긴 지 이틀 뒤에 이뤄졌다. 두 사람이 <스카이> 인수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캐머런의 공보책임을 맡다가 불법도청 문제와의 관련성 때문에 물러난 앤디 쿨슨을 지난 3월 총리관저로 초청한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머독은 이날 영국 신문 대부분에 사과광고를 싣고, 경찰 수사에 대한 협조와 피해자들에 대한 전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텔레그래프>는 머독 소유의 <스카이> 이사회가 차기 회장으로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을 임명하는 특별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해, 머독의 족벌경영에 대한 비판은 다시 고조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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