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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머독 소유 ‘도청’ 신문사 폐간
영국, 미디어왕국 확장 제동

등록 2011-07-07 20:25수정 2013-01-24 09:14

실종 소녀 휴대전화도 해킹
추악한 불법도청 비난 빗발
의회 “위성방송 인수 막아야”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추악한 도청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머독의 ‘미디어 제국’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머독 쪽은 절독운동까지 벌어지자 168년 역사의 이 신문을 폐간하는 극약 처방으로 맞섰다.

영국 하원은 6일(현지시각)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도청 파문에 대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2005년 드러나기 시작한 이 신문의 불법 도청이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유명인뿐 아니라, 2005년 ‘7·7 런던 지하철 폭파사건’ 피해자 가족,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숨진 병사들의 가족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이뤄졌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신문은 2002년 납치살해된 13살 소녀 사건 취재를 위해, 아직 실종상태이던 딸의 휴대전화에 부모가 남긴 음성메시지를 해킹해 듣기도 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 리베카 브룩스의 사임을 촉구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의회에선 머독의 언론 권력 독점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며,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지분 61% 추가 인수 허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최대 유료방송인 <스카이>의 지분 39%를 소유중인 머독의 나머지 지분 인수는 공식 발표만 남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노동당 의원은 “머독은 이 나라 국민도 아니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한 사람이 4개의 신문과 두번째로 큰 방송사를 갖게 두느냐”며 “그동안 한 사람이 우리 국민 생활을 지나치게 많이 흔들 수 있게 내버려뒀다”고 비판했다. 보수당의 니컬러스 소엄스 의원도 “정부가 개입해 머독의 <스카이> 완전 인수 계획을 연기시키거나 아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분 추가 인수 허가를 결정할 영국 통신규제기관인 오브콤은 성명에서 “해킹 사건 수사 책임은 경찰과 법원에 있다”면서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간 <데일리 메일>은 한발 더 나아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도청 사건으로 인해 이번 인수 허가 결정이 올가을까지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청 사건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엔 머독 소유 매체에 대한 절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도청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배우 그랜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와 르노, 미쓰비시, 복스홀을 비롯해 여행사 버진 홀리데이스, 핼리팩스 은행 등이 광고를 철회했으며,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스넷’은 <스카이>의 광고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6년 넘게 끈 사건이 이렇게 최근 폭발성을 갖게 되자 머독은 이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개탄스럽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 회사가 모든 조사에서 경찰에 완전히, 그리고 선제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사에 대한 협조는) 브룩스의 리더십 아래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브룩스를 사퇴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머독 쪽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7일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이라는 카드로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머독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은 오는 10일치가 마지막 신문이 될 것이라면서 “아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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