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추시설서 중대 사고
영 감시기구 “2년간 100여건”
“빙산의 일각” 미신고 더많아
영 감시기구 “2년간 100여건”
“빙산의 일각” 미신고 더많아
북해의 석유 시추시설에서 일주일에 한번꼴로 심각한 원유와 가스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가디언>은 5일 석유회사들이 독립적인 산업안전 감시기구인 보건안전청(HSE)에 신고한 사고 내역이 담긴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북해에서 2009~2010년 사이 100건 이상의 치명적인 원유·가스 유출 사고를 일으킨 업체들의 이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를 보면,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셸’과 프랑스 업체 ‘토탈’의 시설에서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은 각각 7건의 유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에도 메르스크(덴마크)와 탈리스먼(캐나다)의 시추시설에서도 5건의 유출 사고가 일어났으며, 비피(영국) 소유 시추선에서도 4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셸의 경우, 2005년 브렌트 브라보에서 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유출 사고 이후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유출 사고 등이 계속되고 있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스코틀랜드 동북부 180㎞ 해상에 지은 셸의 석유 시추시설 ‘브렌트 찰리’에선 지난해 4월26일 시추선 기둥(Column)에서 4t의 천연가스가 유출되는가 하면, 2009년 9월30일엔 환기장치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브렌트 찰리의 원유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보건안전청은 공개되지 않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향후 2주 안에 브렌트 찰리의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셸에 공식 통보까지 한 상태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1998년 7월6일 옥시덴탈 정유사가 북해의 영국 해역에서 운영하던 파이퍼 알파 해상 유전 시추시설이 폭발하는 사고가 난 이후, 석유회사들로부터 자발적인 유출 사고 내역을 신고받아왔다. 이번에 공개된 내역들은 만일 불이 붙을 경우 수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중대한’(Major 또는 Significant) 사고로 분류된 것들이다.
하지만 보건안전청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세상에 공개된 유출 사고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시추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얘기다. 직원들은 해고될 위험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짐’이라고만 이름을 밝힌 10년차 엔지니어는 “사쪽에서 원유 생산이 중단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직원들은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관리자들은) 문제가 일어나면 곧장 목격한 대로 보고하라는 게 공식적 얘기지만, 그랬다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걸 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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