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을 ‘주 선거’ 유세
거부감 드는 코드 버려
인종차별·폭력 사용 등
극우 본질은 변함 없어
거부감 드는 코드 버려
인종차별·폭력 사용 등
극우 본질은 변함 없어
한여름 축제가 한창인 독일 메클렌부르크의 조용한 마을 뤼프텐. 집에서 구워낸 빵과 훈제 소시지를 내다 파는 노점상 사이로 ‘오렌지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친절한 얼굴로 행인들에게 풍선과 선거 유세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민당(CDU) 선거 유세단과 똑같은 색의 티셔츠 때문에 언뜻 기민당 선거원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단지를 펼쳐본 사람들은 이들이 외국인 혐오 등 인종차별로 똘똘 뭉쳐진 극우파 ‘네오나치’란 걸 알아차리게 된다.
독일 극우 정당 국가민주당(NPD)이 올가을 예정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선거를 앞두고 네오나치의 이미지를 ‘숨긴’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5일 보도했다. 젊은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 제도권 정치권 안에 안착하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네오나치 유세원들 사이에선 박박 밀어버린 머리(스킨헤드)와 쇠징이 박힌 군화, 청바지 패션 등 네오나치를 상징하는 고전적 ‘패션 코드’와 거친 언행을 찾아보기 힘들다. 되레 단정한 ‘프레피룩’(교복 스타일)에 공손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에 저항하는 의미로 좌파 시위대가 애용하는 ‘카피예’ 스카프를 착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과거처럼 차림새만으로 이들을 구분해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신, 네오나치들은 자신들만 알아볼 수 있는 150가지의 비밀 코드를 통해 서로를 식별한다고 네오나치의 복장을 연구한 책 <숨바꼭질>의 저자 미하엘 바이스는 말한다. 티셔츠나 소지품 등에 숫자 ‘88’을 적어놓는 게 대표적인 수법이다. 8은 알파벳 ‘에이치’(H)를 상징하는 숫자로, 88은 ‘히틀러 만세’(Heil Hitler)를 뜻하는 것이다.
네오나치가 이처럼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은 ‘스킨헤드족’으로 대표되는 네오나치의 이미지가 젊은층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독일 연방헌법보호청(BVS)도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에서 “극우파들이 1990년대 스킨헤드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감추고, 극우 정당 회원들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브랜드의 옷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네오나치가 이미지 변신만 꾀하고 있을 뿐 내용상으론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기 위해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는 빈도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연방헌법보호청 조사에 따르면 네오나치의 폭력적 행위는 2009년 5000건에서 지난해 5600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민주당은 독일에선 히틀러의 국가사회당이 금지된 지 19년 만인 1964년에 설립 허가를 받았다. 이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이후 실업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동독 지역에서 지지세를 얻어 지방의회 의석을 확보했으며, 지난해엔 또다른 극우정당 독일인민연맹(DVU)과 합당하며 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