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성평등 유치원서
언어·놀이·책 고정관념 배제
동성애·성전환자 용인 교육
언어·놀이·책 고정관념 배제
동성애·성전환자 용인 교육
이곳의 교사들은 되도록이면 ‘한’(han, 그) 또는 ‘혼’(hon, 그녀)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성별을 알 수 없는 ‘헨’(hen)이란 말을 사용한다. 아이들도 ‘소년’ ‘소녀’로 구분 짓기보단 ‘친구’란 통칭으로 부른다. 아이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부엌에서 장난감 요리기구로 음식 만드는 시늉을 하고, 부엌 바로 옆에 놓아둔 레고나 장난감 블록을 갖고 집짓기 놀이를 한다. 가사나 건축일이 다를 게 없다는 걸 가르쳐주기 위한 것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소도말름 지역에서 지난해 문을 연 ‘이갈리아 유치원’의 얘기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이 유치원은 1~6살 어린이들에게 이갈리아란 이름 그대로 ‘평등’을 가르친다. 이 유치원의 교사 제니 존슨(31)은 “우리 사회는 여자 아이에겐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남자 아이들에겐 활발하고 강인한 모습을 기대하지만, 이갈리아에서 아이들은 무엇이든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될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27일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갈리아 유치원 교육의 특징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용인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치원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대부분 동성 커플, 한부모 가정, 입양아를 다루고 있다. 새끼가 없어 슬퍼하던 수컷 기린 한 쌍이 버려진 악어알을 만나 기뻐하는 얘기가 담긴 책이 대표적이다. 이곳 책꽂이에선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처럼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은 찾아볼 수 없다.
교사들은 놀이를 하면서도 아이들이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서로 엄마를 하겠다고 다투면, 엄마가 2명, 3명인 상태로 놀 수 있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갈리아의 이런 교육 방식을 두고선 논란도 있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도 좋지만 도가 지나쳐,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흑인 인형을 갖고 놀게 했다고 해서 인종주의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은 일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오랫동안 대기자 명단에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개원 이래 아이를 중도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부모는 한 커플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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