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살린 RBS·로이즈 ‘국민주 은행화’ 제안
국민주주 감시 강화 목적도…찬반논쟁 뜨거워
국민주주 감시 강화 목적도…찬반논쟁 뜨거워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자유민주당)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영화된 아르비에스(RBS)와 로이즈 은행의 주식을 납세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줘 ‘국민주 은행’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놨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클레그 부총리가 이런 계획이 담긴 서한을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 대니 알렉산더 예산담당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제안은 16살 이상 국민 4600만명에게 1인당 아르비에스 주식 1450주와 로이즈 주식 450주씩을 무상으로 지급해, 두 은행을 집단소유(collective ownership) 은행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국민 주주들은 정부가 두 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난 뒤부터 주식 매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기 당시 두 은행에 국민의 혈세 658억파운드가 구제금융으로 투입된 만큼 국민에게도 이에 응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국민 주주의 감시를 통해 금융권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클레그 부총리는 “수십억에 달하는 국민의 돈이 영국 금융권을 살리는 데 쓰였지만 정작 상황이 정상화됐을 때 국민들은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간과되거나 무시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은 심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계획을 두고서 벌써부터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국민이 실제로 수익을 얻기 위해선 두 은행의 주가가 충분히 올라야 하는데, 지금도 정부가 사들일 당시의 가치보다 90억파운드나 낮은 수준이라 ‘정치적 미사여구’에 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또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면 기업의 안정성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덤스미스연구소의 이먼 버틀러 소장은 “좋은 의도지만, 잘못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클레그 부총리의 제안에 대해 <가디언>이 하루 동안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24일 새벽 기준)를 보면, ‘찬성’(납세자들도 얻는 게 있어야 한다)과 ‘반대’(정치적 술수일 뿐이다) 의견이 52.6% 대 47.4%로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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