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 마저 대폭 축소…갈등 격화
그리스·스페인·영국 국민들 시위·총파업
그리스·스페인·영국 국민들 시위·총파업
유럽의 아스팔트가 ‘분노의 여름’으로 달궈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민의 삶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긴축재정을 내건 각국 정부가 교육·복지 혜택마저 대폭 줄이면서 유럽 전역에 ‘복지 전선’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촉즉발의 국가 부도 상황에 내몰린 그리스에서는 15일(현지시각)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아테네 시내 곳곳으로 뛰쳐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세금 인상, 국유자산의 조속한 민영화, 복지지출 축소 등을 뼈대로 하는 추가 긴축재정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신타그마 광장에 모인 2만명의 시위대 사이에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자주 터져나고, 국회의사당을 향해선 돌멩이와 화염병이 날아갔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며 맞섰다.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은 이날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올들어 3번째 파업이다. 파업으로 국립학교와 은행 등이 문을 닫았고 국립병원들은 비상체제로 운영됐다. 버스와 철도를 비롯해 그리스 전역의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됐다.
이날 스페인의 카탈루냐 의회 앞에서도 2000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열렸다. 카탈루냐 의회가 공공 지출 및 사회복지 예산의 10% 삭감을 논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시위대는 카탈루냐 의회 입구를 막아서고 의원들의 입장을 저지했다. 이 때문에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 총리를 비롯한 25명의 의원들이 헬기를 타고서야 의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날 모인 시위대의 목소리는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 항의하며 지난주까지 마드리드 광장을 3주 간 점거했던 시위대들과 다르지 않다.
연간 155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 축소 등을 예고한 영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대학의 등록금 상한선을 최대 3배(3290→9000파운드)까지 높이는 정책을 발표해 학생들이 한 달 동안 거리로 뛰쳐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공무원과 교사 등 공공부문 노동자 75만명이 파업을 예고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영국 국경청과 해안경비대, 세관 등의 공무원 30만명이 소속된 공공서비스노조(PCS)가 30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향후 4년간 공공부문에서 모두 50만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공공부문의 연금 납입액은 높이면서도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사립학교 교사 노조인 ‘교·강사연합’(ATL)과 공립학교 교사들의 노조인 ‘전국교사노조’(NUT)도 동참하기로 해 총파업에는 7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총파업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면 파업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는 정부의 태도는 노동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 그리고어 골 교수(허트포드셔대)는 “정부가 법을 개정할 경우, 노조가 정치적 보복에 나설테고 그 결과 정부는 얼굴에 더 많은 계란 세례만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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