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통신당국·스페인 경찰청, 해커 집단 어노니머스에 해킹
인터넷 검열제 등 시민불복종…지도자급 체포도 활동 못막아
인터넷 검열제 등 시민불복종…지도자급 체포도 활동 못막아
각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대한 거부를 넘어 정치·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무명씨’들의 온라인 항거가 거세지며, 각국 당국이 잇달아 체포에 나서고 있다.
터키 경찰은 12일 해커 집단 ‘어노니머스’(Anonymous) 소속 터키인 32명을 체포했다고 관영 <아나톨리> 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체포된 해커 중에는 미성년자 8명이 포함돼 있다. 어노니머스는 오는 8월부터 터키 정부가 도입하려는 ‘인터넷 검열제도’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9일 터키 정보통신국 웹사이트에 디도스(DDoS) 공격을 감행해 다운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검열제는 결국 개인의 인터넷 사용에 대한 국가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스페인에서도 이날 경찰청 웹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한시간 동안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역시 어노니머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경찰이 지난 10일 어노니머스 스페인 지부의 ‘지도부’라며 30대 남성 3명을 구속한 데 대한 ‘보복행위’다. 스페인 경찰은 이들이 지난해 10월 ‘불법 다운로드 금지법’ 제정에 항의해 문화부 서버를 공격한 것을 비롯해, 스페인의 정부와 은행, 기업 사이트, 칠레·콜롬비아·이집트·이란·리비아·뉴질랜드 정부 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도모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어노니머스는 “우리에겐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지도자를 구속할 수 없다”며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노니머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해킹의 배후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에 부과한 구제금융 조건을 문제 삼으며 온라인 공격 의사를 밝힌 게 근거다.
하지만 어노니머스는 사안에 따라 느슨한 조직을 구성해 집단행동을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 성격을 띠기 때문에, 체포 등 강경책도 소용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내부고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지지활동에도 나섰던 이들은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이버 시민 불복종’, ‘평화적 시위’ 차원에서 공격을 감행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해커’와 ‘액티비스트’(활동가)가 합쳐진 ‘핵티비스트’인 셈이다.
보안업체 판다 시큐리티의 기술책임자인 루이스 코론스는 <비비시>(BBC) 방송에 “어노니머스는 엄격한 서열 같은 것이 없는 대단히 무정부적인 조직”이라며 “어노니머스의 주요 지도자를 체포한다고 해서 이 집단의 활동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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