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현지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재개하려던 원자력발전 계획에 압도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사실상 패배를 시인함으로써, 이탈리아는 스위스, 독일에 이어 지난 3월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포기’를 결정하는 3번째 선진 산업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간 <라스탐파>는 원전 재가동과 상수도 민영화, 고위 각료들의 면책특권법 존속 등 4개 안건의 찬반을 묻는 이번 국민투표의 잠정투표율이 57%였으며, 출구조사 결과 ‘원전 중단’에 대한 찬성 투표율은 90%대로 나타났다고 13일 전했다. 나머지 세 안건도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1987년 국민투표로 결정된 원전 중단을 뒤집어 지난해부터 신형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원전 운영을 재추진해왔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국민자유당이 참패한 데 이어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또 한번의 중대한 정치적 타격으로 평가된다. 투표율과 안건의 통과 여부가 부패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사실상의 신임투표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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