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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아이슬란드, 집단지성으로 헌법 개정

등록 2011-06-10 20:56수정 2011-06-10 21:58

금융위기 충격 계기로 67년만에 개정 작업
소셜네트워크 활용 국민참여로 초안 마련
심의과정도 인터넷 생중계…직접민주 실험
한때 부와 평화를 끌어안은 ‘유럽의 강소국’으로 불리던 아이슬란드는 2008년 금융위기로 경제가 파탄났다. 하지만 이 위기는 독립 이래 이 나라에 처음으로 헌법 개정 논의를 낳았고, 이제 아이슬란드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국민의 ‘집단지성’으로 헌법을 만드는 실험에 들어갔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9일 아이슬란드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헌법 초안 작성에 국민을 참여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헌법 개정의 최종 단계인 국민투표뿐만 아니라, 헌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국민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아이슬란드 헌법은 194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이래 지금까지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독립 당시 헌법도 ‘왕’을 ‘대통령’으로 바꾼 수준이었을 뿐, 덴마크 헌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당시 최대 은행들이 잇따라 국유화되는 등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리자, 헌법을 개정해 위기가 재발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이슬란드의 ‘국민 참여형’ 헌법 개정 논의 구조는 단계마다 국민의 뜻이 반영되도록 짜여 있다. 우선 지난해 무작위로 뽑힌 국민 950명이 참여하는 ‘내셔널 포럼’을 열어, 헌법 제반 사항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한편으로, 의회 헌법위원회가 헌법 개정에 관한 70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었다.

내셔널 포럼에서 나온 의견과 의회 보고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만드는 작업은 ‘헌법심의회’가 맡았다. 헌법심의회도 18살 이상 국민 중 위원으로 참가하겠다고 나선 후보자 522명 가운데 투표로 뽑힌 25명으로 지난 4월 구성됐다. 심의회는 4월 출범 이후, 헌법 수정 사항 등 진행 상황을 매주 누리집(stjornlagarad.is)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민들은 심의회 누리집에 댓글을 달거나 페이스북(facebook.com/stjornlagarad)과 트위터(@Stjornlagarað) 등을 통해 토론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다.

또 심의회 회의는 일반에 공개될 뿐 아니라, 누리집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논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밖에도 심의회 위원들의 인터뷰와 사진이 유튜브(youtube.com/stjornlagarad) 등에 정기적으로 올라온다.

아이슬란드가 이처럼 ‘직접 민주주의’ 실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전체 국민이 32만명으로 적은데다, 국민 3분의 2가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을 만큼 인터넷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헌법심의회 위원인 토르발뒤르 길파손(아이슬란드대 경제학과 교수)은 “과거 헌법 입안자들이 국민의 눈과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헌법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국민들이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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