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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페인 88만원 세대 ‘유쾌한 반란’

등록 2011-06-09 20:21수정 2011-06-09 22:14

스페인 실업률 현황
스페인 실업률 현황
청년실업률 40%대…‘일자리·개혁 요구’ 한달 시위
텐트 치고 토론·요가…해산 뒤 지역단체 결성키로
“직업도, 집도, 연금도 없다. 대신 두려움도 없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의 천막시위 현장에는 이렇게 적힌 펼침막이 20여일째 내걸려 있다. 치솟는 청년실업률에 분노하며 지난달 15일 거리로 뛰쳐나온 청년들은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1일께부터 이곳 광장을 점거하고 일자리 창출과 개혁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스페인의 ‘88만원 세대’가 꿈틀대고 있다. 한국의 88만원 세대처럼 한때 ‘정치 무관심 세대’로 불렸던 이들을 각성시킨 건 청년(25살 미만) 실업률이 40%대에 이르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일자리를 찾은 청년들도 6개월짜리 임시계약직으로,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청년 절반 가까이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서글픈 처지다.

청년들은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정당, 노조가 조직했던 기존의 시위와는 달리, 이번 시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기존 정당과 노조가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패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천막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파트리시아 마르틴(18)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은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연히 지도자도, 조직도 없었다. 하지만 시위대는 도리어 유쾌했다. 텐트와 텐트 사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마다 현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고, 이른 아침엔 요가를 즐기는 여유로운 풍경도 연출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스페인 청년 시위대가 12일께 광장에서 자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보도했다. 하지만 점거를 풀기로 했다고 해서 청년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되레 각 지역단체를 조직해 목소리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내년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 성난 청년들의 외침은 더 먼 곳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이제 이들은 자발적 거리토론 등을 통해 자신들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는 대출 규정 개혁과 사회당-국민당 양당체제를 굳히게 만든 선거법 개정 등 요구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오는 19일께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여는 등 내년 3월로 예정된 총선까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비슷한 영국·그리스·프랑스 등에서도 동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말께 전 유럽 차원의 ‘시위의 날’이 계획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정치학자 빅토르 삼페드로는 “시위대가 풀뿌리에서 비롯되는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시위대의 행동은 정치권까지 움직이고 있다. 스페인 국립 콤플루텐세대의 사회학자 라파엘 디아스살라사르는 “내년 총선에서 불안한 일자리와 주거 문제가 피할 수 없는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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