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0년 동안 맥주 40% 늘고 보드카 30% 줄어
보드카의 고장 러시아에서 맥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의 맥주 판매량이 40% 넘게 늘었다고 31일 보도했다. 반면 보드카 판매량은 같은 기간 동안 30% 가까이 떨어졌다. 그 결과, 러시아는 중국·미국·브라질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맥주를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러시아에선 최근 맥주가 보드카를 대체할 ‘건강한 술’로 홍보되면서 점점 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러시아에선 맥주가 알콜성 음료로 분류돼 있지 않아, 공원이나 거리에선 콜라 마시듯 캔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러시아의 한 젊은 여성은 <비비시> 방송에 “18살 미만은 가게에서 보드카를 살 수 없지만, 맥주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대형 맥주업체들은 이런 러시아 시장 개척을 위해 생산 투자와 홍보·마케팅 등에 수십억달러를 퍼붓고 있다.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아직 시장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주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인당 연간 알콜 소비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의 2배가 넘는 18리터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 정부가 빼든 칼은 ‘세금 인상’이다. 빅토르 즈바겔스키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맥주에 대한 세금이 (보드카보다 싸게) 달리 매겨진 탓에 맥주 업체들은 엄청난 양을 판매할 수 있었고, 광고·홍보에도 많은 돈을 쓸 수 있었다”며 “지난해 맥주에 대한 세금을 200% 인상한 데 이어, 80%를 더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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