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그라드서 경찰과 충돌
‘보스니아의 학살자’ 라트코 믈라디치의 유고전범재판소(ICTY) 송환 결정에 세르비아 강경 민족주의자들이 들끓고 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29일 강경 민족주의자 수천여명이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학살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믈라디치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세르비아 특별법정이 지난 27일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믈라디치를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유고전범재판소로 송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항의다. 보스니아계(이슬람)-크로아티아계-세르비아계로 갈려 대통령을 3명이나 뽑는 등 인종갈등이 여전한 보스니아에서도 이날 세르비아계 지역인 칼리노비크에서 30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가 열렸다.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 급진당 지지자들은 이날 베오그라드 집회에서 “믈라디치는 영웅”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그의 송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또 믈라디치의 체포를 지시한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을 “민족의 배신자”로 규정하며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소 7000여명까지 불어난 시위대는 이날 집회 끝에 저지선을 치고 막는 진압 경찰과 대치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10명)와 경찰 등 1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100여명이 체포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믈라디치 가족과 변호인은 30일 믈라디치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유고전범재판소 송환 결정에 항소했다. 특히 믈라디치의 아들 다르코 믈라디치는 이날 “아버지는 부상자와 여성, 어린이들을 대피시키라고 명령했을 뿐이며, (당시) 스레브레니차에서 무슨 일이 이뤄졌든 아버지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학살 혐의를 부인했다.
믈라디치도 앞서 브루노 베카리치 특별검사와 만난 자리에서 “나는 살인자가 아니지만, 사람들을 죽인 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이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뽑았으니, 내가 아닌 당신들이 유죄”라며 학살 책임을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했던 세르비아인 전체에게 돌렸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항소를 하더라도 기각될 것으로 보여, 믈라디치가 이르면 조만간 헤이그로 송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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